국내 배터리 3사가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이슈가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원자재·부품 공급망 구축이 배터리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사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동섭 SK온 사장이 17일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동섭 SK온 사장이 17일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개막식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등 3사 대표가 모였다.

문승욱 장관과 동행하며 각사 전시관을 살펴본 사장단은 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과 함께 국내 배터리 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문 장관은 이날 행사장에 들어서며 "정부에서는 업계가 필요하는 해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산업부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공급망 점검 회의를 했다"며 "오늘 업계 얘기를 듣고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산업부에서도 공급망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와 업계가 다 같이 노력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SK온 전시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SK온 배터리가 적용된 벤츠 EQA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SK온
SK온 전시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SK온 배터리가 적용된 벤츠 EQA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SK온
지동섭 SK온 사장은 "배터리 생태계가 잘 육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수다"라며 "배터리 생태계 발전과 함께 원소재 공급의 안정성도 중요하다"고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배터리 주요 원재료에 대해 완성차 고객들과 가격연동 계약이 돼 있어 영향은 현재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원재료 업체들과의 장기 공급계약을 비롯해 소수 지분투자,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개막식에서 배터리 생태계 발전을 위한 이차전지 펀드 결성식을 진행했다. 배터리 3사가 공동출자하며 이차전지 분야 유망·중소·중견 소재·장비·부품 기업 지분 투자에 자금이 쓰일 예정이다. 펀드는 정책 자금 300억원과 배터리 3사 출자금 200억원, 기관 투자자등 민간 출자 15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당초 예상보다 2.5배 많은 규모로 형성됐다.

지동섭 SK온 대표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삼성SDI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지동섭 SK온 대표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삼성SDI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이날 행사장에서는 각사 사장들의 무게감 있는 발언도 이어졌다.

지동섭 대표는 SK온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삼성SDI가 가장 먼저 구축에 나서면서 뒤쳐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동섭 SK온 대표는 인터배터리 2022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전고체 전지 라인 구축 시점’을 묻는 질문에 "삼성이 (전고체 배터리를) 좀 빨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 대표는 "시장 수요가 있다면 (LFP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LFP 배터리를 속속 채택하면서 SK온도 고객사 수요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설립부터 마무리 지은 후 미국 내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강조했다. 국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투자를 이어가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기술 혁신에 집중하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 경쟁사와 비교된다는 질의에 회사 간 ‘전략의 차이’임을 명백히했다.

최 사장은 경쟁사의 생산능력을 감안해 삼성SDI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 규모로 설립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건 경쟁사의 얘기고, 우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경쟁사가 (많이 투자) 했다고 우리가 꼭 따라가야하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