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앞세워 신규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P2E(Play to Earn) 방식으로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함께 수익이라는 당근을 게임 이용자에게 안겨주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게임사는 개척자로 평가받던 위메이드가 휩싸였던 논란을 의식해 관련 문제점 보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P2W 대안으로 떠오른 P2E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이 잇따라 가상자산을 선보이고 있다. P2E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함이다. P2E 방식은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수 있다는 새로운 방식의 과금 모델이다. 해당 모델의 핵심은 게임 이용자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게임상의 재화를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P2E는 돈과 시간을 들여야만 강한 캐릭터,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과금 모델인 P2W(Pay to Win)와 같지만 그 결과물을 게임 밖 세상에서 환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는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시동은 위메이드가 걸었다. 지난해 출시한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P2E 열풍을 몰고 왔다. 미르4 글로벌은 출시 두 달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그해 4분기 평균 월간 이용자 수(MAU)가 620만명에 달했다. 미르4의 성공은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코인 급등으로 연결됐다.

위메이드의 성공은 게임사들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배경이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위메이드는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1월 위믹스를 단기간 대량으로 유동화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코인 가격은 요동쳤다. 당시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 일부 매도는 맞지만 단기간 대량 매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위믹스 거래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위메이드는 또한 코인 홀더(보유자) 보상 차원에서 총 발행량의 2%에 이르는 위믹스 2000만개를 지난달 소각했다. 각종 논란을 지켜본 게임사들은 논란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운영에 나섰다.

"투명화만이 살 길"

넷마블은 17일 자체 기축통화 기반 블록체인 생태계 MBX와 ‘MBX 월렛’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또 MBX에 관한 트랜잭션(거래 및 그 정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MBX 익스플로러(Explorer) 서비스’를 2분기 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로드맵 상에는 ‘MBX 스코프(Scope)’로 알려진 서비스다.

넷마블이 MBX에 익스플로러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투명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서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동화 의혹으로 홍역을 치룬 만큼 익스플로러 서비스를 통해 유사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달 자체 발행 가상자산을 시장에 매도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넷마블은 또 MBX 수수료에 버닝(burning) 모델을 도입했다. MBX 서비스 상 발생하는 수수료의 50%는 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성장 펀드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MBX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유동화나 플랫폼 수수료를 통해 이득을 얻기보다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컴투스 그룹은 오는 18일 자체 가상자산 C2X를 ICO(암호화폐 공개, Initial Coin Offering)가 아닌 IEO(거래소 공개, Initial Exchange Offering)로 공개하기로 했다. ICO 방식은 발행처가 직접 가상자산 판매에 나서거나 거래소 상장을 주도한다. 반면 IEO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 과정을 대행한다. 가상자산 발행처가 무분별하게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IEO 방식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ICO 방식은 투자자보다 발행 기업이 더 유리하게 요건을 가져갈 수 있다"며 "이미 공신력을 갖고 있는 거래소를 통해 좀 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IEO 방식으로 C2X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보유 물량은 5년간 락업(매매 금지)을 걸어서 판매할 수 없게 해놨다"며 "유동화를 통한 현금 마련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네오위즈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플라이는 가상자산거래 투명 공개를 위해 가상자산 공시 포털 ‘쟁글’을 적극 활용한다. 자회사인 네오핀이 발행하는 ‘네오핀 토큰’(NPT)의 중요 내용을 쟁글에 모두 공시한다. 앞서 네오핀은 NPT를 지난달 글로벌 거래소 MEXC에 이어, 이번 달 한국 거래소 빗썸에 상장했다.

네오플라이 관계자는 "현재는 NPT를 매도할 계획은 없다"며 "만약 하더라도 당연히 공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