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5년마다 반복되는 ICT 홀대론 이번에는 끊어내야

이진 디지털인프라부장
입력 2022.03.21 06:00
ICT 분야를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내부 직원들은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는 5년마다 좌불안석이다. ICT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후부터 홀대론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과학 분야와 합쳐진 후 10년간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내부 조직이 쪼개지는 등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ICT 분야의 입지는 국회 내에서도 높지 않다. 과학과 ICT, 방송을 총괄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 의원이 기피하는 상임위원회 중 하나다. 기술 분야는 사실상 정치 중립적인 분야인 만큼 여야간 협치가 가능하지만, 공영방송 분야는 치열한 정쟁의 장이다. 방송 관련 이슈가 주요 ICT, 과학 관련 법안의 처리를 자주 가로막는다. 국회 임기 내 처리되는 법안 수 역시 타 상임위원회와 비교해 많지 않다. 국회 안팎에서는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 중 전문가라고 할만한 핵심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ICT 분야를 어떻게 정리할까. 과기정통부는 ICT 2명과 과학 2명 등 총 4명의 국장을 인수위 파견 전문위원으로 천거했다. 구체적으로는 강도현 정보통신정책관, 류제명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상 ICT), 이창윤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김성수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이상 과학)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전문위원으로 누구를 배치하느냐는 전적으로 인수위 판단에 따른다.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원회 조직도. 경제1은 경제정책, 금융을 맡고, 경제2는 산업과 일자리 분야를 담당한다.
최악의 상황은 인수위가 총 7개의 분과 중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과학 인사만 배치할 경우다. ICT는 대규모 생태계를 품은 산업적 성격이 강하지만, 과학은 연구와 같은 실험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상 성격 차이가 있는 분야다.

과학과 ICT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한 몸으로 움직였다. 이제 와서 구분을 짓는게 맞느냐는 평가도 있는 만큼, 인수위는 과기정통부를 현상 유지하거나 과학기술을 교육부 등과 함치거나 ICT를 분해한 후 타 부처로 편입할 수 있다. 잘못하면 ICT 콘트롤 타워 자체가 사라질 위험이 크다.

그나마 과기정통부가 역할을 가져가려면 최소한 경제2 분과와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과기정통부 추천 전문위원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 부처 내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당시를 보면, ICT 출신 핵심 인사들이 경제2 분과, 교육과학 분과, 여성문화 분과 등에 포진됐다. 그 결과 정부 부처 서열 2위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했다.

물론 과기정통부의 현재 분위기가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며 5G, 사이버보안, 양자, AI 등을 10대 필수 전략 기술로 내세웠다. 기존 과기정통부에서 ICT를 총괄하는 2차관실과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기능,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 등을 새부처 역할로 묶어줄 수 있다. 기존 ICT와 과학기술을 한 몸통으로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는 경제2 분과 인수위원으로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경영공학부), 왕윤종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유웅환 SK그룹 고문 등을 선입했다. ICT 분야 전문가인 박성중 의원(국회 과방위 간사)과 김창경 한양대 교수(창의융합교육원)는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다. 최악의 상황은 아닌 셈이다.

한국의 미래 10년 먹거리는 ICT 융합 산업에서 나오며, ICT 콘트롤 타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일각의 우려처럼 새 정부가 ICT 분야를 파편화할 경우, 미래 먹거리 설계를 위한 효율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 결단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 ICT 경쟁력이 좌지우지 될 처지다. 인수위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새 정부를 시작으로 앞으로 어떤 정부가 출범하건 관계없이 ICT 홀대론 얘기가 쏙 들어가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이진 디지털인프라부장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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