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 등판한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의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퓨처빌더 도약 및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정 사장의 행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부 주주들과 갈등 표면 위로 떠올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23일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미래 신사업을 육성해 100년 기업의 토대를 닦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부문 선도할 기술로 ▲자율주행전문 계열사인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100년 기업을 향한 현대중공업그룹의 행보는 창립 50주년에 맞춰 경영 일선에 본격 등판하는 오너 3세인 정 사장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2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사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8일 예정된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에서도 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상정됐다.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 /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 / 한국조선해양
관련업계에서는 사내이사 선임을 기점으로 정 사장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 사장은 1월 CES 2022에서 ▲자율운항 ▲수소 ▲로봇 사업 등을 미래사업으로 지목하고 "지난 50년 세계 1위 쉽빌더(조선기업)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빌더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룹의 기대도 남다르다. 정 사장은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맡아 안착시킨 바 있으며 조선부문 실적 개선의 토대를 닦아 경영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또 정 사장은 그룹의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미래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룹 지주사 이사회에 진입한 정 사장의 첫 번째 과제로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이 지목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통해 블루수소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 표준에 맞춰 정관을 손질한 현대삼호중공업은 상장을 통해 친환경 선박 관련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상장은 정 사장의 경영승계 작업과도 연관돼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조선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를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아버지인 정몽준 (26.60%)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현 상황에서도 그룹 경영에 문제는 없지만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승계 시나리오 중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정 이사장의 지분을 정 사장이 받는 것이다. 다만 정 사장의 추가 지분 확보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를 부양시켜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 현대중공업그룹
그룹의 미래먹거리 확보 및 정 사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계열사 상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부 주주들이 이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상장으로 인해 지주사 할인 현상이 발생했는데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할 경우 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향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설명해 달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 입장에서는 계열사 사장이 필요할 것이다"며 "주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빠르게 파악해서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국회에서 상장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그 법안을 보고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속도를 맞출 것이다"며 "예전에는 올해 상장하겠다라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법안을 보고 상장 채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