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의 확산으로 집에서 PC를 쓰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입력장치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PC를 오래 사용해온 이들일수록 키보드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키보드일수록 손이 즐겁고 편하며, 그만큼 업무 효율까지 높일 수 있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 중인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의 원조 브랜드이자, 지금도 꾸준히 자체 브랜드 스위치와 이를 사용한 키보드를 직접 생산하는 독일의 ‘체리(Cherry)’사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원조 스위치’ 특유의 품질과 고유의 손맛은 ‘가성비’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많은 중국산 중저가 키보드가 넘치는 상황에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명품 키보드 브랜드다.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 / 최용석 기자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 / 최용석 기자
다양한 체리의 키보드 중에서도 ‘체리 MX 3.0S 무선 RGB(Wireless RGB)’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에 무선의 편리함까지 겸비한 제품이다. 업무용은 물론 게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무선 제품인 만큼 더더욱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기계식 키보드다.

체리 키보드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실용적으로 설계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체리 MX 3.0S 무선 RGB의 경우, 최대한 부피와 면적을 줄이기 위해 여유 간격을 없애고, 테두리 폭까지 최소화하면서 장식적인 요소가 더더욱 없는,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U자형 알루미늄 프레임에 키보드 본체를 끼워넣은 구조로, 뒤틀림이 없는 견고한 외관을 구성한다. / 최용석 기자
U자형 알루미늄 프레임에 키보드 본체를 끼워넣은 구조로, 뒤틀림이 없는 견고한 외관을 구성한다. / 최용석 기자
전체적으로 U자형으로 사출한 알루미늄 프레임에 기판을 비롯한 키보드 본체를 끼워넣은 모양새다. 제품 조립에 나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구조임에도 불구하하고 깔끔하게 조립된 마감 상태와, 어지간히 힘을 줘도 뒤틀리지 않는 튼튼함이 인상적이다.

기본 104키에 5개의 기능 키를 추가한 풀사이즈 109키 배열을 채택했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꽤 작은 편이다. 키보드 바깥쪽 테두리 폭을 5㎜ 안팎으로 줄이고, 메인 키와 펑션키, 문서 이동키와 숫자 패드 사이의 여유 공간을 제거해 키보드 전체의 크기를 줄였기 때문이다.

테두리 폭을 최소화하고, 각종 기능키 사이 간격(빨간 선 부분)을 없애 키보드 전체 크기를 최소화했다. / 최용석 기자
테두리 폭을 최소화하고, 각종 기능키 사이 간격(빨간 선 부분)을 없애 키보드 전체 크기를 최소화했다. / 최용석 기자
작은 크기만큼 공간을 덜 차지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일반 디자인의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하면 밀집된 키 디자인으로 오타가 발생할 수 있어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 제품 최고의 장점은 역시 ‘손맛’이라고도 표현하는 ‘키감(타건감)’이다. 이 제품에 적용된 ‘체리 MX 스위치’는 오늘날 다양하게 파생된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의 원조격인 제품이다. ‘원조’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편차가 적고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매끄러운 키감은 사용할수록 깊이가 있고 매력적인 ‘손맛’을 제공한다. 특히 키마다 편차가 있고 타건감이 고르지 못한 중국산 스위치 기반 중저가 기계식 키보드를 쓰다가 이 제품을 사용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원조’ 기계식 스위치를 채택한 제품 답게 흔한 중저가 기계식키보드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손맛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원조’ 기계식 스위치를 채택한 제품 답게 흔한 중저가 기계식키보드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손맛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샘플로 받은 제품은 다양한 종류의 스위치 중에서도 ‘저소음 적축(MX Silent Red)’을 사용한 제품이다. 중간에 걸리는 부분 없이 쑥 들어가는 리니어 타입 스위치 구조와 낮은 키 압력으로 인한 부드러운 반발력을 제공하는 적축(MX Red)에,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잘그락거리는 소음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사무실이나 거실 등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소음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다른 종류의 스위치도 선택할 수 있다. 적축(저소음) 외에도 특유의 ‘찰칵찰칵’ 클릭음과 경쾌한 손맛을 선호하면 청축(MX Blue)을, 청축의 손맛에서 시끄러운 클릭음을 뺀 갈축(MX Brown)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키보드의 키감은 주관적인 영역이고, 사람마다 취향 및 선호하는 키감도 제각각이다. 가능하면 다양한 키보드 제품이 전시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간에 별도의 보강판 없이 기판에 직접 스위치를 고정하는 무보강 구조를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중간에 별도의 보강판 없이 기판에 직접 스위치를 고정하는 무보강 구조를 채택했다. / 최용석 기자
대다수 기계식 키보드가 기판 외에 별도의 플라스틱 또는 금속 재질의 보강판을 사용해 스위치를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보강판 없이 기판에만 스위치를 고정한 무보강 구조를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키를 누를 때 발생하는 작은 충격을 딱딱한 보강판 대신 유연한 PCB 기판이 흡수하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타건감을 제공하고, 보강판과 기판 사이의 빈 공간이 없어 소위 말하는 ‘통울림’ 소리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키 사이사이로 기판이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이물질, 특히 액체등의 유입에 취약한 편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청소를 자주 하고 키보드 근처에 액체류를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공식 쇼핑몰에서 함께 판매 중인 키스킨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동봉된 케이블로 연결하면 충전과 동시에 유선 키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동봉된 케이블로 연결하면 충전과 동시에 유선 키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는 ‘무선’ 제품이긴 하지만, 동봉된 충전 겸용 타입C 케이블을 연결하면 일반 유선 키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게임 등을 즐길 때 무선 방식을 선호하지 않거나, 충전 중에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뒤에서 설명할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한 세부 설정 및 커스터마이징 기능 이용 시 유선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무선 연결은 전용 동글을 이용한 2.4㎓ RF 방식과 블루투스 5.0 방식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특히 2.4㎓ RF 방식의 경우 1㎳(밀리초, 1000분의 1초)의 짧은 지연 속도를 실현해 유선 못지 않은 반응성을 제공한다. 즉, 무선 연결로도 지연이나 버벅임 없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게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USB 전용 동글을 이용한 2.4㎓ RF 무선 연결 방식은 유선 못지 않은 빠른 응답속도를 지원한다. / 최용석 기자
USB 전용 동글을 이용한 2.4㎓ RF 무선 연결 방식은 유선 못지 않은 빠른 응답속도를 지원한다. / 최용석 기자
3가지 방식 유무선 연결 선택 버튼과 표시 LED의 모습 / 최용석 기자
3가지 방식 유무선 연결 선택 버튼과 표시 LED의 모습 / 최용석 기자
블루투스 방식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는데 유용하다. 멀티 페어링을 지원해 최대 3개의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고, 간편하게 원하는 장치로 전환할 수 있다. PC는 물론, 사용 중인 각종 모바일 기기까지 키보드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제품은 시각적 만족감을 높이는 RGB LED 백라이트와 각종 화려한 조명 효과를 제공한다. 키캡 역시 백라이트의 조명 효과가 잘 투과되는 이중사출 키캡을 사용했다. 다만, 기본 광량이 조금 낮아 밝기를 최대한 높여도 밝은 실내에서는 RGB 조명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어두운 곳에서 사용할 때 조명 효과가 극대화된다.

RGB LED 조명 효과는 주변이 조금 어두운 상황에서 잘 보인다. / 최용석 기자
RGB LED 조명 효과는 주변이 조금 어두운 상황에서 잘 보인다. / 최용석 기자
무선으로 사용할 때도 RGB 조명 효과가 작동하는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다만, 무선 연결 시 RGB 조명이 켜져있으면 그만큼 배터리 사용 시간은 줄어든다. 키보드 자체적으로도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RGB 조명이 꺼지면서 불필요한 배터리 소모를 막는다.

키보드 자체에도 다양한 RGB 조명 효과가 기본으로 들어있지만,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특정 키에만 LED를 켜고 원하는 색상을 지정하는 등 사용자 입맛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물론, 기계식 키보드의 특권인 ‘키캡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커지고, 사용자층도 늘어난 만큼 다양한 주변기기 브랜드에서 재질이나 색상, 디자인 및 모양이 서로 다른 호환 키캡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또 이러한 호환 키캡 대다수가 체리 스위치를 기준으로 제작된다. 즉,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무궁무진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이중사출 방식을 채택한 기본 키캡 모습. 호환 키캡을 사용해 키캡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 최용석 기자
이중사출 방식을 채택한 기본 키캡 모습. 호환 키캡을 사용해 키캡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 최용석 기자
기계식 키보드가 대중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선 방식을 지원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많지 않다. 무선 지원하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크기나 디자인 등을 위해 전용 스위치를 사용하는 등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체리의 MX 3.0S 무선 RGB 키보드는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특징인 ‘손맛’과 ‘키캡 커스터마이징’ 등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선 기능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 몇 안되는 제품이다. 특히 ‘원조 스위치’ 제조사 제품 답게 흔한 중국산 스위치 제품과 차별화된 손맛과 안정성, 내구성 등이 일품이다.

가격이 20만원대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업무나 게임 등으로 키보드를 자주 쓰는 이들에게는 투자한 만큼의 만족감과 가치를 제공한다. 재택 업무용 및 게임용 기계식 키보드를 찾으면서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무선 제품에도 관심이 있다면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는 제대로 만든 무선+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체리 MX 3.0S 무선 RGB 키보드는 제대로 만든 무선+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