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머크앤컴퍼니(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 도입을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환자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라게브리오 도입이 국내 위중증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사용 중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해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 / MSD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 / MSD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계약 물량은 76만2000만명분으로, 현재까지 16만3000명분(21.4%)이 국내에 들어왔다. 이 중 재고 물량은 7만명분 안팍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조만간 남은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 관측됐다는 점이다. 팍스로비드 일평균 사용량은 3월1주 1286명에 그쳤으나 3월2주 2405명, 3월3주 5642명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정부는 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 성분의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이번주 안으로 결정하고, 이달 말 1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미국 MSD와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을 선구매한 바 있다. 라게브리오는 몰누피라비르 성분의 리보핵산(RNA) 유사체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복제 과정에서 정상적인 리보핵산을 대신해 결합하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즉 바이러스가 몰누피라비르와 결합해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소멸한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30%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승인된 허가사항을 보면 라게브리오는 200㎎ 캡슐로 총 5일간 40정을 복용한다. 하루 복용량은 4정(800㎎)씩 2회다. 음식물 섭취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식·전후 모두 먹을 수 있다.

팍스로비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단, 팍스로비드와는 작용기전, 복용법, 병용금기 약물 등에 있어서 일부 차이가 있어 복용 시 반드시 약사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

국내 재택치료에 사용하는 화이자 팍스로비드 경우 이와 달리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효소 3CL 프로테아제를 저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88% 수준이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 2정(300㎎)과 리토나비르 1정(100㎎)을 1일 12시간 주기로 2회 복용한다. 총 복용기간은 5일로 총 30정을 복용하게 된다. 특히 페치딘과 같은 진통제나 협심증약, 통풍약, 수면제 등과 함께 복용할 수 없다.

이에 반해 MSD 몰누피라비르는 클라드리빈 성분의 백혈병치료제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병용해서 안되는 약물은 확인되지 않아 처방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18세 미만 연령과 가임기 여성 투약은 제한된다. 일반적으로 두 약 모두 설사, 구역질, 어지러움, 두통 등 부작용이 확인됐다.

다만 MSD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몰누피라비르의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정식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팍스로비드에 비해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낮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와서다.

이후 국내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위중증 환자도 덩달아 늘면서, 팍스로비드 물량 부족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 라게브리오 도입을 앞당겼다.

방역당국은 현재 60대 이상 모든 연령, 면역저하자, 40대 이상 기저질환자에게 사용중인 팍스로비드가 병용금기약이 많고 신장·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쓰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라게브리오의 필요성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가감염병임상위원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라게브리오 도입 필요성을 논의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사용을 제한적으로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서도 신장·간 질환자이며 병용금기는 고혈압약, 진통제, 협심증약, 부정맥약, 통풍약, 진정제, 항암제, 항경련제, 항진균제 일부 등 복용 금기·신중 투여대상이 23종에 달하는 팍스로비드의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임상 연구결과들을 보면 팍스로비드는 미접종 고위험군에게 중증 예방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며 "처방을 쉽게 하고 약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조기에 약을 투여해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라게브리오 도입에 희망적인 목소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라게브리오의 안전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약물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서울 A이비인후과 개원의는 "라게브리오가 임상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팍스로비드와는 아예 다른 약물이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하게 되면 안정성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요구되며,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 역시 "상황이 급박하다고 약물을 무리하게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적당한 시간을 가지고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 30%대라는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서울 B이비인후과 원장은 "식약처가 그간 라게브리오 사용 허가를 미뤄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팍스로비드에 비해 임상학적으로 위중증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리얼타임(현실)에서 정말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라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