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사단체가 ‘한의사 신속항원검사’는 불법 의료 행위라 반발하며 한의학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일일 확진자가 수십만명씩 나오고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쟁은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보수)를 놓고 벌이는 이권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중재안을 제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 한의협 유튜브 캡처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 한의협 유튜브 캡처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전문가용 RAT 기관을 동네 한의원까지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2월14일부터 동네 병·의원 전문가용 RAT를 보건소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함께 확진용 진단검사로 인정하고 있다. RAT 결과가 ‘양성’일 경우 추가 검사 없이 확진자로 인정돼 즉시 7일간 재택치료 및 격리 대상이 된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전문가용 RAT 기관은 검사만을 하는 기관을 확대하기보다 검사와 치료가 동시에 제공되는 기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 하에서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며 "이런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관리한다는 기조 아래서, 현재로서는 한의원까지 검사기관을 확대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한의학계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도 전문가용 RAT를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 확진자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회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2만7000명 한의사 일동은 한의의료기관의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역당국의 무책임한 결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편익증진을 위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의과대학에서도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을 기본적으로 배우고, 심지어 비인두 검체 채취 행위는 한의과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있는 비위관삽관술의 일부 행위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쓰는 진단키트와 양의학에서 쓰는 것이 다른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의협은 당국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양의계가 휘두르는 의료독점’이라고 비난했다. 한의과 중에서도 호흡기를 진료하는 전문적인 과가 있음에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한의협은 현재 호흡기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8800여개 의료기관 중 2000~3000개소는 호흡기와 전혀 상관없는 비뇨기과, 산부인과, 신경정신과 등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당국이 의료를 독점하고 있는 양의사들 눈치보기에 급급해 한다"며 "환자들이 한의와 양의를 자유롭게 선택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한약과 양약으로 증세를 완화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방역당국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의사들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두고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의료법 제2조(의료인)에 따르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각각 임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한방, 치과 등 다른 직역에게 신속항원검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등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치료 행위가 아닐지라도, 의사가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경우도 '의사의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의과 의료행위로 면허된 의사들에게 신속항원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며 "국민들에게 검사에 대한 불안을 심어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이 검사 수가를 놓고 싸우는 이권다툼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경우 진찰료와 신속항원검사료, 감염예방관리료 등을 합해 10명까지는 건당 6만 5230원, 11명부터는 건당 5만 5920원의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대대적인 확진자 발생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위해 병원을 찾고있기 때문에 관련 수가는 매출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속항원검사로 병원 하루 매출이 1000만~2000만원 늘었다는 글도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수가에 대한 이익이 이번 갈등 양상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현 코로나 상황이 양약으로 불리는 의약품들이 처방되는 상황 속에서 한의학계가 검사 이후 치료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입맛대로 해석 가능한 애매모호한 법령 탓에 발생한 일이기도 해 정부가 나서 정확한 규정을 내놓든 타협안을 제시하든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