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계 최초 구글갑질방지법,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유진상 기자
입력 2022.03.28 06:00
혹을 떼려던 정부가 오히려 혹을 키운 꼴이 됐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OTT 서비스 가격 오른 게 그 방증이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구글 갑질 방지법) 이야기다. 법안이 시행됐지만 구글은 보란 듯이 이를 우회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법을 무력화하고 있다.

사실 해당 법안의 실효성은 통과된 직후부터 관련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앱 마켓 사업자들이 외부 결제 수수료율을 높여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법안에서 표현한 내용이 너무 넓은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해석에 따라 다양한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구글이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용어를 구체화하고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구글은 공지를 통해 앞으로는 앱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 인앱결제 또는 앱 내에서 개발자가 제공하는 제3자 결제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대신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는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한 업데이트를 6월 1일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앱을 삭제하기로 했다. 제3자 결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법이 원하는 요건을 맞췄다.

대신 꼼수를 부렸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면서 구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겨우 4%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마치 더 낮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경우 앱 개발사는 전자지불대행서비스(PG)를 이용해야 한다. 이는 신용카드 및 PG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포함할 경우 자칫 구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낼 수 있다. 굳이 제3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 제기되던 외부 결제 수수료율을 높여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여기에 분쟁도 결국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방통위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유권해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구글은 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길고 긴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통해 구글은 시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 몫이 됐다. OTT 업계가 가장 먼저 신호탄을 쐈다. 웨이브는 오는 29일부터 구글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구독 이용권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티빙, 시즌, 지니, 플로 등 OTT·음원 플랫폼이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앱 마켓 수수료 정책 하나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수수료를 올리는 순간 플랫폼 업체가 콘텐츠 가격을 올리게 되고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는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 부담은 창작자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정부는 이미 업계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던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앱 개발사와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의견을 청취해야 했다. 세계 최초의 구글갑질방지법이다. 정부는 최초로 시행됐다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최초로 제대로 구글의 갑질을 방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했다는 데 만족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최고의 K콘텐츠로 꼽히는 오징어게임에서 일남은 이렇게 외쳤다.

"그러지마! 이러다 다 죽어!"

유진상 메타버스부장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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