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이전을 계획하는 주요 게임사가 강남과 판교가 아닌 과천·을지로·성수 등 다양한 지역을 택하고 있다. 강남과 판교가 여전히 이전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부동산과 직원 이탈 등의 문제가 신사옥 부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픽셀이 지난 2월 이전한 서울시 역삼동 센터필드 오피스 외관. /엔픽셀 제공
엔픽셀이 지난 2월 이전한 서울시 역삼동 센터필드 오피스 외관. /엔픽셀 제공
규모 커진 게임사…사옥 건립 활발

28일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펄어비스, 컴투스 그룹, 크래프톤 등 3사는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경기도 과천시로, 컴투스 그룹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3가로, 크래프톤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택했다.

펄어비스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내에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고 있다. 3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신사옥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안건이 승인되면 올해 여름 본사를 이전할 전망이다.

컴투스 그룹은 2026년에 을지로 3가로 이사할 예정이다. 컴투스 그룹은 해당 지역에 약 1만㎡ 대지에 연면적 10만㎡ 이상의 규모로 신사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부지 확보까지 완료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1조2000여억원을 투자해 이마트 성수동 본사 건물과 부지를 사들였다. 아직 신사옥과 관련한 세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사옥을 이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산된 인력을 한 곳으로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펄어비스는 현재 안양 본사 사옥 하나에 추가로 건물 세 곳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펄어비스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게임 개발 고도화 및 업무 효율성 증대, 신사업 확장에 따른 업무 공간을 확보하고자 신사옥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도 본사가 있는 역삼 외에 서초와 판교에서 임직원이 흩어져 근무 중이다. 컴투스 그룹은 현 사옥에 컴투스, 컴투스홀딩스, 컴투스플랫폼 등이 모여 있긴 하지만, 신사옥에서는 여러 계열사나 관계사들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그룹 전체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부동산…주변 인프라도 한 몫

이들 3개 회사가 강남, 판교가 아닌 과천, 을지로, 성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규모가 큰 신사옥이 입주할 수 있을 만한 적당한 부지를 얻기에 용이한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성수동 투자와 관련해 "2000명이 조금 안 되는 한국 임직원이 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적당한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굳이 강남과 판교가 아니라도 좋은 주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컴투스 관계자는 "컴투스의 신사옥이 위치할 을지로 지역은 서울 중심에 있어 도심과 외곽에서 모두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풍부한 주변 인프라와 교통 시설 등으로 업무 편의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기존 사옥에서 너무 먼 곳으로 이전할 시 드는 직간접적 비용도 위치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여전히 강남이나 판교로 향하는 회사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제2 사옥인 글로벌 연구개발혁신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성남시와 부지 계약을 체결했다. 엔픽셀은 지난 2월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포스코타워에서 같은 동에 있는 센터필드로 사옥 이전을 완료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 학장)은 "결국 부동산 이슈다"라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건지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는 기업들이 이동했을 때 직원들이 이탈할 것인지를 보는데, 이탈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니 이동하는 것이다"며 "특히 서울이나 판교 내에서 움직이면 이탈이 적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