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이 경영위기를 극복한 이후 패기 넘치는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에너지, 기계・로봇, 수소 등 사업과 반도체, 의료기기, 3D 프린팅 등 신사업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두산은 2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제5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 의약품, 의료기기, 의약부외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와 자동판매기 운영업 등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목적사업 추가 내용이 담긴 정관변경 건이 통과됐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서 두산은 의료기기 제조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두산은 2021년 12월 SiO2에 1억달러(1220억원)를 투자했다. SiO2는 mRNA 백신에 사용되는 보관용기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또 SiO2는 100여개 이상의 양산 및 임상 제품 공급망을 확보한 회사기도 하다. 두산은 SiO2 제품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국내 제조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분당 두산타워 / 두산
분당 두산타워 / 두산
두산은 자동판매기 운영업 추가를 통해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서빙, 튀김・면 쿡킹로봇을 선보이며 푸드테크 시장 공략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로봇을 이용한 자동판매 사업 분야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반도체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8일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기업인 테스나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테스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모바일 폰의 두뇌라고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특히 웨이퍼(반도체 집적회로의 토대가 되는 얇은 원형 판) 테스트 분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기도 하다.

두산은 테스나 인수를 기점으로 반도체 사업을 기존의 에너지(발전) 부문, 산업기계 부문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적극적 투자를 통해 국내 1위 반도체 테스트 전문업체로서 테스나의 경쟁력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등 반도체 후공정 전문회사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도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뀐 지 21년 만의 일이다. 두산중공업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명 변경을 통해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SMR(소형모듈원전) 등 성장사업과 더불어 3D 프린팅, 디지털, 폐자원 에너지화 등 신사업도 적극 발굴하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중공업 3D 프린팅 팹/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3D 프린팅 팹/두산중공업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1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최장수 기업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이다"며 "맥주 등 식음료를 팔던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건설기계 기업 인수를 통해 중공업 기업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위기를 겪었지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채권단을 졸업한 이후 또 다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더불어 반도체, 의료기기, 3D 프린팅 등 신사업을 통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큰 축으로 에너지와 건설기계가 있는데 여기에 의료기기사업과 반도체 사업이 추가되는 것이다"며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쪽의 경우 풍력, 수소와 더불어 원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MR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며 "건설기계는 두산밥캣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고 의료 분야 사업이나 반도체 사업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좋은 시기를 겪었는데 이제는 좋은 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열심히 신사업 준비해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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