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인터베스트, 카카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슬립 구성원 모습. / 에이슬립
에이슬립 구성원 모습. / 에이슬립
2020년 6월 설립된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와 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 아마존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알렉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슬립은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설립 1년 9개월 만에 9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이슬립의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은 웨어러블 기기 등을 몸에 착용하지 않고도 수면 시간 동안의 상태를 보여준다. 스마트폰 음성만으로 AI 기술을 통해 접촉 방식보다 더 편하고 신뢰도 높은 수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에이슬립은 무선 와이파이(WiFi)로 복부와 흉부 움직임을 확인해 수면 중 발생하는 질환을 파악하는 것까지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에이슬립은 특히 수면 진단 성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과 협력해 AI기반 비접촉 수면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국내 여러 대학병원과 협업해 3만시간이 넘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병원 검사 대비 70%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하면서 50~60%인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에이슬립의 이번 투자는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이번 시리즈B 투자를 주도한 투자사가 기존 참여자인 카카오벤처스와 인터베스트라는 점이다. 통상 시드 투자와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금을 넣은 회사는 후속 라운드에서 '프로라타'(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규모의 후속투자) 수준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시리즈B 투자에는 카카오벤처스와 인터베스트가 총 투자금의 90%를 차지했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벤처캐피탈(VC)이 이렇게 후속 투자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에이슬립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시리즈B 라운드 오픈 발표 이후 투자사 모집과 예비투자심사 및 본투자심사, 계약서 조율 등 모든 과정이 한 달만에 마무리됐다는 점도 업계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다. 투자 절차에 따른 일정이 정해져 있는 대기업에서 한 달 만에 모든 투자 과정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투자사 한 관계자는 "시리즈B 단계부터는 이전 단계보다 투자금액이 크고 투자사가 여러 곳인 만큼 아무리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걸린다"며 "그만큼 에이슬립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기존 협력사인 삼성생명이 투자사로 나선 것 역시 투자 유치를 빠르게 마무리 짓게 된 이유다"라며 "국내 여러 슬립테크 기업 중 기업가치에서 독보적 선두로 나선 만큼 앞으로 보험 및 금융권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