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백신·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공개했다. IPO(시장공개)와 코로나19 백신 사업으로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기업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 진출과 현지화를 통한 해외 사업 확장 등에 나설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31일 개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차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31일 개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차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31일 개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주제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회사의 단기 및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안재용 사장은 "현재 1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글로벌 탑티어(Top-tier)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25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IPO와 영업 현금으로 축적한 현금성 자산과 더불어 추가적인 인수 금융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인 오가닉 그로스(Inorganic Growth, 인수·합병 등 외부적 요인을 통해 회사를 확장) ▲코로나 포트폴리오 확장 ▲백신사업 강화 ▲인프라 확충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새로운 퀀텀점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M&A 통한 성장 가속화 실현

안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적 역량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도약하기 위해 인 오가닉 그로스에 주력할 것이다"며 "mRNA(메신저리보핵산) 플랫폼 등 기존에 다소 약하다고 생각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복수의 회사와 전략적 투자 및 R&D(연구개발) 협력 모델을 논의 중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백신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M&A, 기술이전(License-in) 등을 통해 백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신규 영역 CDMO(위탁개발생산)를 통해 사업 영역도 확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바이러스벡터 CDMO를 시작으로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안 사장은 "CGT는 연간 90% 이상의 성장률이 예측되는 시장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영역에 진출해 백신 및 바이오 분야의 혁신적인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며 "이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별 기술 특허 보유자와 각 기술에 대한 라이센싱(Licensing) 계약을 논의 중에 있으며, 확보한 플랫폼을 다양한 감염병 대응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복수의 회사와 전략적 투자(SI) 및 R&D 협력 모델을 활발히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엔데믹과 넥스트 팬데믹 대응 체계 구축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과 새로운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CMO·CDMO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이며, 이외에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와 CMO·CDMO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EU-GMP(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생산라인을 추가로 확보하고, 미국 cGMP도 확보해 북미 등 선진 시장 본격 진출과 더불어 급증한 글로벌 백신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인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GBP510’과 함께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백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안 사장은 "부스터샷·청소년 등 GBP510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3분기까지 영국, 유럽의약품청(EMA), 세계보건기구(WHO) 등 허가를 완료해 국내 포함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미크론 등 다양한 변이에 대응하는 ‘다가(多價)백신’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콤보(Combo)백신’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를 표적으로 한 ‘범용백신’ ▲전방위적 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를 위한‘비강 스프레이(Nasal Spray)’ 등 코로나19 풍토병 시대에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화 프로젝트로 백신 보급 허브 구축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수요 증가를 대비해 지역 확장 및 제품 다양성 확보에 나선다.

안 사장은 "지역적 확장을 위해 국제협력 프로그램인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현지화)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겠다"며 "글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제조, 생산 역량을 각 정부 및 파트너사에 이전해 각 지역의 요구사항에 맞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중동, 동남아 등에서 다양한 국가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으로, 순차적으로 대상 국가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대상포진 백신인 스카이조스터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 주력 제품의 성능 강화한다. 스카이셀플루는 면역증강제를 병용 투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스카이조스터는 재조합 백신으로, 스카이바리셀라는 2회 접종 백신으로 진화시킨다.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접합백신, 소아장염 백신, 장티푸스 접합백신은 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A형 및 B형 간염, 콜레라 등 신규 백신의 인수도 추진한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스카이셀플루를 생산하지 않을 계획이다. 안 사장은 "독감백신 수요보다 아직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구 전체 인구의 36%가 백신을 1차도 맞지 않은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좀 더 노력하고자 결정했다"고 했다.

신사업 R&D 확대와 생산 인프라 강화

마지막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및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매입한 9216평에 달하는 인천광역시 송도 부지에 ‘송도 글로벌 R&PD 센터’를 구축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송도 글로벌 R&PD 센터가 백신 연구뿐 만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인력을 양성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백신 생산시설인 ‘안동 엘하우스(L-House)’에 9만9130㎡(3만평) 규모의 신규부지 증설 설계를 추진 중이다. 2024년 말 준공 후 ▲생산 역량 확대 ▲mRNA 등 플랫폼 다양화 ▲글로벌 수준의 품질 고도화 등을 통해 넥스트 팬데믹 시대의 핵심적인 생산 시설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안재용 사장은 "일부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드는 건 낮은 확률의 성공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백신 사업을 추진했고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글로벌 공중보건을 수호할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 세계 백신∙바이오 분야의 혁신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