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에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인수 무산된지 얼마 되지 않아 쌍방울그룹(SMW그룹・이하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 의지를 드러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 등 상장계열사와 합심해 쌍용차를 품에 안겠다는 복안인데, 일각에서는 에디스모터스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은 최근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에 쌍용차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속옷 브랜드 ‘트라이'로 잘 알려진 쌍방울은 광림, 나노스, 비비안, 인피니엔티, 아이오케이 등 7개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방울은 광림을 중심으로 상장계열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움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가 10월15일까지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쌍방울의 발빠른 인수 의사 피력이 재매각 작업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쌍방울이 쌍용차를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 쌍용자동차
먼저 왜 쌍방울이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것이냐는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쌍방울은 과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을 고현정, 김하늘 등 톱스타가 소속된 아이오케이의 문화콘텐츠의 해외 진출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선이다. 쌍방울은 특장차 제조 기업인 광림과 쌍용차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특장차는 상용차를 개조해 만드는 것인데 쌍용차에는 상용차 모델이 존재하지 않아 시너지가 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광림이 특장차를 수출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내수용이다. 해외진출이 시급한 쌍용차를 얼마만큼 지원해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다. 이외에도 완성차 사업의 경험이 없는 쌍방울과 광림이 전동화 전환에 얼마나 발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금이다. 쌍방울 측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모아뒀던 1000억원의 자금과 상장사들의 참여로 충분히 인수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입찰 당시 최종금액이 3000억원대였다.

하지만 쌍용차는 매각 작업이 시작됐던 1년여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적자 폭 및 판매량 개선, 전기차 전환 작업 등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쌍용차 매각 대금이 에디슨모터스가 입찰했을 때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거래 채권단의 1.75%의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매각 대금이 높아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쌍방울이 그정도의 자금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컨소시엄의 주체가 될 광림은 2021년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 ▲당기순손실 97억원 기록했다.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컨소시엄 참여가 예상되는 다른 상장계열사들도 실적이 좋지 못한 상태이며 현금성 자산도 1000억원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컨소시엄은 광림을 중심으로 주요 상장사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투자자의 컨소시엄 참여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 준비 당시의 자금을 바탕으로 매각 대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인 에디슨EV는 쌍용차 인수 소식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디엠에이치 등 대주주 투자조합이 에디슨EV의 주식을 대부분 처분하고 차익 실현해 ‘먹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쌍방울이 에디슨모터스보다 나은 곳이다"면서도 "그래도 쌍용차에 비해서는 작은 회사다. 아무래도 자금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기업이기도 해서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이하 M&A)은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 것인데 인수의향이 벌써부터 이슈화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자동차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기업이라서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쌍방울이 에디슨모터스보다는 조건이 낫다"며 "지금 쌍용차에 시간이 없다. 허리띠를 졸라메는 심정으로 매각작업에 속도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수의향이 이슈화되자 쌍방울 관련 기업의 주가가 뜨고 있다"며 "M&A를 악용할 경우 한 기업의 회생기회를 박탈하고 기업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l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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