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각 가정마다 PC 구매를 촉진하며 1가정 1PC시대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어떤가.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에 밀려 PC 수요가 주춤한 양상을 보이기까지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가 촉발한 재택근무 환경의 확산으로 PC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IDC가 최근 발표한 국내 PC 시장 연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PC 시장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607만대를 출하했다. 2011년 670만대 출하량을 기록한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600만대를 넘는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가정 내 PC 보유가 증가했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노트북 지급률이 증가한 것이 시장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체 PC 시장에서 노트북의 비중은 51.1%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은 재택 및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노트북 전환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노트북은 단순히 성능 좋은 제품을 지급한 것에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

과거 PC 제조사들이 기업들의 업무환경에서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으로의 수요를 전환시키려 할 때 강조했던 점이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노트북처럼 회사에서 사용하는 노트북도 사용자의 입맛에 맞춰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업무용 노트북이 투박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마련한 계기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의 업무용 노트북 트렌드는 어떤가. 중요 문서 관리, 해킹으로 인한 피해 예방 등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PC 제조사들이 비즈니스 노트북에 필요한 충분한 처리 성능과 각종 보안 기능, 유지 관리 기능으로 무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수려해진 외관은 덤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택근무 중단 소식을 알리는 등 사무실 복귀를 가시화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PC 수요가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일하는 장소가 어디든 유연한 업무 환경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짚어봐야 할 일이다.

가트너가 3월 발표한 2021년 다양한 산업군의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IT 직원의 65%는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조직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PC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라는 주제를 던지고 있다.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2022 업무동향지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직원들이 개인의 목표와 워라밸을 우선하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실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하이브리드 업무환경 시대를 맞이하며, 생산성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업무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정 뉴비즈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