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와이파이 공유기가 업데이트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초기화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나온다. 업계는 초기화하는 배경에 대해 원활한 업데이트를 통한 서비스 지원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다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제조사가 초기 설정한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것이 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와이파이 공유기 형상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와이파이 공유기 형상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와이파이 공유기 업체의 비밀번호 설정 정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일부 와이파이 공유기가 업데이트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자가 설정한 비밀번호 대신 기기에 처음 부여됐던 비밀번호로 변경되는 탓이다.

최근 집에 유선 인터넷과 함께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했다는 최모씨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설치 기사는 와이파이 공유기 업데이트 시 사용자가 새로 설정했던 비밀번호를 초기화한다"며 "개인이 바꾼 비밀번호가 왜 업데이트 시 변경돼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온라인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기 비밀번호뿐 아니라 와이파이 이름인 SSID 역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초기화된다는 사례를 고발했다. 최씨를 포함해 소비자들은 공유기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다시 설정을 바꾸는 수고를 해야한다.

사용자 설정값이 공유기 업데이트 과정에서 초기화하는 배경에는 원활한 서비스 지원을 위함이다. 개인이 비밀번호 등을 변경했을 때 공유기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탓에 초기화되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는 공유기를 사용할 때 임의로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말라는 안내도 받는다. 하지만 제조사가 설정한 비밀번호는 언제든 해커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주로 신규 기능을 추가하거나 오류 수정, 보안 강화를 위해 공유기에서 펌웨어 업데이트가 진행된다"며 "최근엔 공유기 신호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않는 새벽 등 시간에 공유기가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설정값을 초기화하는 업데이트 방식이 오히려 보안성 측면에서 우려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기에 부여된 비밀번호 초깃값이 사용자 부주의로 노출되거나 외부 요인으로 유출됐을 때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기기에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만 유지해야 하는 것은 보안성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며 "만약 공유기 비밀번호가 외부에 알려졌을 때 해킹 표적이 된다든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보니 비밀번호는 변경 가능하도록 경로를 터 주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