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코리아(빗썸) vs 두나무(업비트)’

양강 체제로 유지되던 가상자산 거래소의 힘의 균형이 두나무 쪽으로 완전히 기운 모습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빗썸보다 4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승기를 굳혔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인증 연동 기반에, 케이뱅크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실명계좌) 제휴로 진입 문턱을 낮춘 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두나무, 빗썸보다 영업이익 4배이상 많아…현금성 자산은 7배↑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매출액 3조7046억원을 기록, 1조원대의 빗썸코리아를 멀찍이 따돌렸다. 두나무 연결 매출에 자회사 실적이 포함된 점을 감안, 가상자산 수수료 수익만 놓고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두나무의 수수료 수익은 3조6850억원으로 빗썸 1조99억원보다 2조6751억원이나 더 많다.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의 매출은 모두 수수료로 구성돼있다.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으로 빗썸 7821억원보다 4배 이상 앞섰다. 영업이익률은 88.3%로 빗썸 77.4%보다 10.9%포인트 높아 비용 절감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업비트 2조2413억원, 빗썸 6484억원으로 약 3.5배 가량 차이난다.

특히 현금성 자산 규모가 7배 가까이 차이나 향후 신사업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와 빗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각각 7조901억원, 1조7548억원으로 두나무가 5조원 이상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시장 우위 업비트…카카오톡 인증에 케이뱅크 시너지

업비트와 빗썸은 2017년 이후 4년간 양강 체제를 유지해 왔다. 초반에는 빗썸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앞서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균형이 깨졌다. 2020년까지만해도 2186억원이던 빗썸 매출액은 두나무의 매출 1767억원보다 419억원(23.7%)이 많았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빗썸의 승리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0년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단위:억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2020년2021년 감사보고서 참고 (단위:억원)
1년새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해 업비트는 가상자산 시장의 상당수 고객을 흡수하며 점유율 80% 이상 독점 체제를 굳혔다.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94.5%를 차지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전통 금융권보다 규제 이점을 누리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비트 로그인과 원화 입출금 서비스는 카카오톡 인증과 연동돼있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업비트 플랫폼에 접근하기 쉬운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는 지분율 15.3%로 두나무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사업 시너지 효과를 누린 결과로 분석된다.

비대면 온라인 가입과 입출금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에서 케이뱅크 효과도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MZ세대 유저들을 대거 흡수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빗썸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NH농협은 온라인 가입이 어렵고 입출금 제한이 많아 유저 확대가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기업 가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4월 1일 기준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14조7000억원을, 빗썸코리아는 1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추격 급한 빗썸…정부 규제 리스크 안게 된 두나무

갈 길이 먼 빗썸이지만, 고질적인 악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최대주주 불투명성과 서버 불안정 등의 악재가 투자자 유치의 한계로 꼽힌다.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빠르고 안전한 거래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접근 편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비즈니스 회복의 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두나무도 마냥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부 규제 압박이 커질 수 있어서다. 두나무는 지난해 연결기준 총자산 10조146억원으로 전년 1조3681억원보다 7배 넘게 불어났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조건 5조원을 훌쩍 넘겼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의무와 상호 및 순환출자금지 등이 적용된다.

공정위원회 출신의 법조 관계자는 "2017년 법이 개정되면서 총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의 경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게 됐다"며 "업비트의 경우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고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당시 업비트가 신규 고객을 대거 흡수하면서 상당한 이점을 누린 결과"라며 "지난해 업비트가 가상자산 신고수리 문턱을 가장 먼저 통과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혁신과 불법의 경계를 명확히 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