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형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이륜차와 배터리 교환스테이션 보급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표준 규격을 정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교환형 배터리 표준 규격을 제정해도 실제 적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 다수의 말을 종합하면, 6일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에 대한 규격 표준화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산업표준을 제정하는 국가기술표준원(KS)에서 교환형 배터리의 전압과 크기·무게 등을 정해 예고 고시했지만, 업계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많아 8일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DNA모터스에서 사용하는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모습 / 이민우 기자
DNA모터스에서 사용하는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모습 / 이민우 기자
KS는 2021년 12월 ‘전기이륜차 공용 교환형 배터리 팩 제1부 일반 요구사항과 기계적·전기적 제원(고시 제 2021-0627호)’라는 명칭의 제정안에 대한 예고고시 공고를 낸 바 있다. 해당 예고고시 공고는 2월 마무리됐다.

KS의 한국산업표준이 강제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전기이륜차 업계 내 일부 기업은 전기이륜차의 교환형 배터리 표준화 제정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표준을 제정해도 실제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기이륜차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모든 전기이륜차가 교환형 배터리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다, 교환형 배터리 전기이륜차를 생산하는 기업의 전원 연결방식 등도 다 다르다"며 "납품받는 배터리 기업도 전부 다르고, 사이즈를 통일하는 것도 설계상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누에서 사용하는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스테이션 / 이민우 기자
나누에서 사용하는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스테이션 / 이민우 기자
업계는 교환형 배터리 표준화 시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통일 가능성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BMS는 전기이륜차에 탑재된 배터리 팩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정확한 잔여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온도·전압 상황 등을 파악하고 배터리팩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국내에 교환형 전기이륜차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DNA모터스(前 대림모터스), 블루샤크코리아, 나누 등이 존재한다. 이들 업체에서 사용하는 BMS는 각자 전기이륜차 환경·제원·성능에 따라 차별화 돼있다.

표준화된 교환형 배터리를 탑재해 사용하려면, 안정성을 위해 각 기업에서 추구하는 BMS도 함께 일원화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각 기업에서 추구하는 개발 방향이나, 기술 우위를 살리기 어려워진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교환형 배터리 표준화가 제정된 후, 이를 따르면 보조금·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유입을 유도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린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자체적인 교환형 배터리 기술이나 스테이션을 보유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이를 선택해 사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