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만난 통신 업계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법령을 개정해 넷플릭스와 구글 등 CP가 망 이용계약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6일 인수위 내부 취재 결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인수위와 만나 이같은 논의를 전했다. KTOA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4사 등이 회원사로 있는 단체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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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KTOA가 여러 사안을 인수위에 전하면서 글로벌 CP의 망 사용료 지급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관련 요청을 인수위에 전했다"고 말했다.

IT조선이 입수한 관련 문건을 보면, KTOA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일정 규모의 대형 CP에 합리적인 망 이용계약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인 전기통신사업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인수위에 건의했다. 국내외 역차별을 방지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선순환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에는 CP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과 전혜숙 의원, 양정숙 의원과 함께 이원욱 과방위원장, 김상희 과방위 부위원장 등이 각각 관련 법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KTOA는 글로벌 CP가 국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데이터양)의 3분의 1 이상을 유발함에도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년간 국정감사에서 여야 다수 의원이 대형 글로벌 CP의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불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사실도 짚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관련 소송을 지속하는 상황이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을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도 함께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1년 6월 1심에서 패소했다.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를 택했고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 반환을 위한 반소를 제기, 병합 심사로 항소심 1차변론을 마친 상태다. 2차변론은 5월 열린다.

통신 업계는 KTOA가 인수위를 만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강조점을 둔 배경에는 강제성 효과가 있다고 봤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항소심 단계이기에 결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좀 더 빠르고 확실한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넷플릭스는 관련 법안이 국내서 통과되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2021년 11월 방한해 진행한 자사 기자 간담회에서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존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