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8월 시행을 앞둔 특별법의 세부안을 두고 기업은 기업대로, 임직원은 임직원대로 갑론을박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반도체 특별법이 사실상 해외 이직을 막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별법 14조인 인력보호에 대한 조항을 보면 기업이 필요에 따라 전문인력 지정을 신청할 경우 해외이직 제한, 비밀유출 방지 등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상 해외이직 제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은 전문인력의 동의가 필요하며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사측이 이같은 사항을 계약서에 반영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수 있다. 특별법이 기업의 입장을 우선 반영한 것이란 비판 역시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상 이직 제한 조항과 기술 유출에 따른 강력한 처벌 조항이 뒤섞여 오해 소지가 있는 특별법 해석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이직 제한 조항을 어길 경우 징역이나 거액의 벌금 부과와 같은 패널티가 있다는 것은 오해다.

특별법에는 해외 취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기술 유출 시에만 처벌을 한다. 특별법 제50조의 ‘전략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제15조제5호부터 제8호까지(전략기술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은 단순 이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특별법은 기술유출을 방지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담긴 것은 맞지만, 해외이직금지법은 아니다. 직원 동의가 필요한 해외이직 제한 조항에 대한 기업의 월권을 방지하고, 직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세부안을 마련하면 된다. 전문인력의 처우 개선과 지원 방안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직제한 이슈에만 매몰돼 기업과 직원간 갈등으로 흘러가는 것은 반도체 업계 성장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특별법 시행을 앞둔 반도체 업계의 우선순위는 법안을 보완하는 작업이다.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특별법에는 업계의 핵심 요구안이 축소되거나 제외됐다.

반도체 기업은 국내에 반도체 시설투자를 할 때 최소 25%에서 최대 50%까지 세제혜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안에는 최대 20%에 그쳤다. 대기업은 10% 혜택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4년 말까지 투자하는 경우만 혜택을 보는 한시조항이다.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와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탄력 적용 내용도 빠졌다.

반도체 특별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의 산업 진흥법이다. 부작용없이 실질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끄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한다.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한 차기 정부와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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