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환자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마이크로니들(micro needles)’을 다양한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기존 주사제로 사용되던 의약품을 더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장시간에 걸쳐 조금씩 투여돼야 하는 치료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 조지아공과대학교
마이크로니들 / 조지아공과대학교
제약·바이오 업계는 주사제나 알약을 대체해 패치 형태로 약물을 인체에 투여하는 마이크로니들 연구와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해당 기술은 밴드 처럼 붙인다는 개념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라고 통용된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머리카락보다 3배 얇은 미세바늘을 패치 형태로 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체내에 투여한다. 이는 혈관이 아닌 피부를 통해 약물이 전달되는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의 일종이다. 바늘 종류와 전달방식 등에 따라 ▲고체(Solid)타입 ▲코팅(Coated)타입 ▲용해성(Dissolving)타입 ▲공동(Hollow)타입 ▲하이드로겔형성(Hydrogel forming)타입 등으로 구분된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이 개발되면 주사제의 접종 통증을 완화할 뿐 아니라, 운송 비용이 비교적 적은 상온 유통까지 가능해 진다. 의료 폐기물 발생으로 유통 및 수출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 백신에 비해, 폐기물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용도로 허가받은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마이크로니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광동제약은 최근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비만치료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개발에 나섰다.

협약에 따라 광동제약은 해당 제제의 공동 개발 추진과 함께 사업화 독점권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광동제약은 쿼드메디슨에 20억원 상당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 세부 성과에 대해선 마일스톤을 협의할 예정이다.

쿼드메디슨은 ‘다가 코팅형 마이크로니들’ 등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다양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출자한 라이트펀드의 지원으로 패치형 5가(DTwP-HepB-Hib)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전문기업 라파스는 알레르기 패치를 비롯해 독감 백신, 비만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알레르기 치료제는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임상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소량 방출시켜 신체가 어느 정도 적응하게 하는 방식으로,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준다. 붙이는 독감 백신 개발도 시작했는데, 이는 2024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파스는 대원제약과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에 선정된 비만치료 패치 연구도 시행하고 있다.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회사 측은 향후 5년내 임상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이밖에 최근 라파스는 점착력이 향상된 마이크로니들 패치 시트의 제조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를 취득하는 등 마이크로 니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붙이는 치매 치료제 ‘도네리온패취’를 국내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도네페질 성분 패치형 치매치료제’ 관련 의약품 특허권을 획득한 바 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현재 패치형 치매치료제 글로벌 3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출시를 위해 약가 신청 절차도 밟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와 패치형 인플루엔자백신 ‘미믹스 플루(MIMIX-Flu)’를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씨플루의 항원에 미믹스(MIMIX) 패치 기반의 피하 약물전달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인플루엔자백신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마이크로니들 기술에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캐나다 임상1상을 시작으로, 치료제 상업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예정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주빅은 인플루엔자 백신 마이크로니들 제형 공동개발을 위한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에 착수했다. 해당 협력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유효성 비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연구협약이다. 주빅은 자체 보유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약물 활성도 유지와 효과적인 체내 약물 전달을 구현할 방침이다.

휴젤은 올해 패치형 보툴리눔 톡신 임상 1상 신청을 목표로 ‘보툴리눔 톡신 마이크로니’들 연구를 진행한다. 휴젤의 마이크로니들 제형 연구는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부터 ‘산업기술 혁신사업 성과활용평가’ 우수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연구를 통해 휴젤은 ▲다한증 치료제용 생체적합성 마이크로니들 제작 및 시험 ▲다한증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실험 모델 구축 ▲마이크로니들 생산 전용 클린룸 시설 완공 등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니들을 통한 약물 주입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사바늘 거부증 환자와 알약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오랜기간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아직까지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점에서 기술 발전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연구는 사실상 초기 단계로 기존 주사제를 대체할 정도의 효과가 있는 지부터 밝혀야 하는 증명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성공만한다면 환자의 치료제 투약 패러다임이 바뀔만큼 의료분야 혁신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