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 이하 전기연)은 비싼 희토류 대신 자원이 풍부한 황(S)을 양극재로 사용해 제조단가를 낮춘 '저비용 플렉시블 고에너지 밀도 리튬황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리튬황배터리(Lithium-sulfur Battery)는 이론적으로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나 높아 차세대 배터리 대표주자로 꼽힌다.
리튬황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과 황이 만나면 황화리튬, 일명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된다. 중간 생성물인 리튬 폴리설파이드는 전해액에 대한 높은 용해도 탓에 충·방전이 거듭될수록 양극 활물질이 손실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황이 지속해서 전해질에 녹아 결국에는 황의 양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전기연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팀(박준우 박사·홍정원 연구원, 백강준 부경대 교수)은 활성탄과 인(P)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먼저 활성탄을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 코팅 소재로 이용해 충·방전 시 발생하는 리튬 폴리설파이드를 물리적으로 잡아냈다(capturing).
또 흡착력이 높은 인을 탄소재에 도핑해 화학적 캡처링도 유도하는 등 리튬 폴리설파이드에 의한 리튬황배터리의 성능 저하를 막는 데 성공했다.
황 양극에 전기 전도성이 높으면서도 강도가 세고 유연한 탄소나노튜브(CNT) 소재를 사용해 무게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집전체를 제거하고 에너지 밀도를 향상한 데 이어 굽히거나 휘어질 수 있는 내구성도 확보했다.
전기연은 연구팀이 개발한 리튬황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400Wh/㎏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볍고 장시간 운행이 필요한 항공우주, 플라잉카, 드론 등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 배터리 분야에 리튬황배터리가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준우 박사는 "리튬황배터리는 값싸고 풍부한 황과 탄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희토류가 부족한 국가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일 와일리(Wiley) 출판사의 재료분야 학술지인 스몰(Small, JCR 상위 8.33%, IF=13.281)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