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수요를 더 늘리고 싶은데 대표할 서비스가 없네요." 1년 넘게 이동통신 업계를 취재하며 주로 들었던 말이다. 이통 업계 관계자들은 롱텀에볼루션(LTE)과 5G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로 킬링 서비스 부재를 꼽았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의 5G를 체감할 새로운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LTE 때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니 기대했던 수요보단 불만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5G 기술과 상용 서비스가 보폭을 맞추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이통 3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이며 얻은 성과다. 당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빠른 상용화에 집중하다 보니 기술을 어떻게 산업 현장에 녹일지 고민이 부족했다. 5G 시대에 가능한 서비스를 알리는 각종 정보는 넘쳐났지만 실상 소비자가 체감할 서비스는 없었다. 최근에서야 실감형 콘텐츠나 메타버스가 화제를 모으지만, 비대면 추세에 따른 디지털화 영향이 더 클 뿐 자생적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5G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6G 추진 과정에선 기술만큼 서비스 단위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5G 첫 상용화 국가라는 점이 6G 시대 기술 혹은 상용화 속도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 물론 6G 표준화 기술을 논하는 초기 단계이기에 원천 기술 개발에 힘이 더 실릴 순 있다. 다만 그 기술을 어디에 쓸지 계획은 명확히 하자. 목적(서비스)이 명확할수록 추진에도 동력이 생기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영역이 참여하는 활발한 정책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상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민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천 기술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되, 싹을 틔우고 서비스를 확대하는 역할은 민간에 맡길 필요가 있다.

6G 시대로 갈수록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융합 서비스가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민간 참여의 필요성을 높인다. 민·관 연합체인 5G 포럼은 다양한 6G 융합 서비스를 예측하고 키우기 위해 통신 연관 사업자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체가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6G 논의 초기 단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6G 총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G는 올해로 상용화 4년 차다. 그간 국내 5G 가입자는 2200만명을 돌파했고 발생하는 트래픽(데이터양)은 월평균 51만테라바이트(TB)를 넘겼다. 숫자만 보면 성과를 낸 듯 보이지만, 그만큼 명암이 뚜렷하다. 5G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다가 결국 집단소송으로 불거진 게 대표 사례다. 6G 시대로 향하는 과정에선 이를 극복해야 한다.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6G 서비스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