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남극의 해빙이 증가한 역설적인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에 성공했다.

극지연구소는 15일 세계 최초로 남극 바다의 얼음이 늘어난 원인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남북극 해빙 변화 비교(왼쪽)와 지구의 자연변동성이 남극해 수온 하강에 미치는 영향 모식도 / 극지연구소
남북극 해빙 변화 비교(왼쪽)와 지구의 자연변동성이 남극해 수온 하강에 미치는 영향 모식도 / 극지연구소
해빙(바다얼음)은 남극과 북극 바다를 덮는 거대한 얼음판이다.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 기상 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1970년대 말부터 인공위성을 활용한 관측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예측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북극과 남극 두 곳의 예측 연구 결과는 항상 달랐다. 비교적 예측 결과가 정확한 북극과 달리, 남극 해빙 예측은 실제 관측 값과 큰 차이를 보여왔다. 1979~2014년까지 남극 해빙 변화는 1~3% 감소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지역에 따라 최대 5~6%이상 증가하는 경향도 보였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남극 해빙이 증가한 현상에 대한 답을 ‘자연변동성'에서 찾았다.

자연변동성은 인간 활동과 직접적 관련 없이 자연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다. 다양한 시공간 규모로 나타나는데,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동태평양의 온도 감소와 남태평양 그리고 열대대서양의 온도 상승이 남극해 수온을 떨어뜨려 해빙 생성을 도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해수 온도의 변화로 인한 해빙 증가는 수십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일어났는데, 인류가 해빙을 관측한 기간이 40년 남짓에 불과하다보니 파악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 극지연구소측 설명이다.

정의석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런 한계점 때문에, 이전 남극 해빙 예측은 자연변동성에 의한 온도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기체의 영향 등이 실제보다 크게 반영돼, 관측 결과와 큰 차이를 나타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빙이 감소한 북극해의 경우 자연변동성의 영향이 해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다보니, 예측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기체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예측 과정에서 잘 반영돼 관측 결과와 부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지난달 남극 해빙의 면적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복잡한 변화로 해빙 예측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간활동과 자연변동성의 영향을 구분해낸 이번 연구는 기후예측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