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넘어 치료제로 진화한 '보툴리눔 톡신'…적응증 확대 임상 각축전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4.17 06:00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미용 영역을 뛰어넘어 치료용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의 사용성을 확대하는 한편, 의료용으로도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툴리눔 톡신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업들이 과거 성형외과 등 미용 영역에서 활용되던 제품을 점차 치료용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해외의 경우 국내와 달리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커져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 진출을 앞둔 기업은 치료 적응증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대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59억달러(7조원)로, 이중 치료용 시장은 절반에 해당하는 32억달러(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미간주름, 눈가주름 등 미용목적뿐 아니라 눈꺼풀 경련, 사시증, 다한증, 뇌졸중 후 근육강직 등 치료용으로 사용을 확대시키기 위한 임상에 돌입했다.

우선 종근당바이오는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적응증(사용범위)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보툴리눔 톡신 제제 ‘CKDB-501A’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치료를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기도 했다.

이번 임상은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보라매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된다. 임상을 통해 종근당바이오는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개선에 있어 CKDB-501A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은 뇌의 중추신경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의미한다. 신경학적·기능적 회복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며 환자의 일상생활 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질환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다른 치료법보다 상대적으로 효능이 높고 부작용이 적어 안전한 치료제로 꼽힌다.

종근당바이오는 이미 CKDB-501A를 미용용으로도 개발중이다. 앞서 종근당바이오는 CKDB-501A에 대해 중등증 또는 중증의 미간주름 개선이 필요한 성인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CKDB-501A의 경우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더 높은 안전성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출처가 명확한 보툴리눔 톡신 A타입의 균주 상용화 라이센스를 도입해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를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첫 치료 적응증 획득을 목표로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식약처로부터 리즈톡스를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치료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바 있다. 임상 3상을 통해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이 확인된 성인을 대상으로 리즈톡스의 근 긴장도 완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내년 임상 종료 및 적응증 획득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양성교근비대증 임상 2상도 종료했다. 양성교근비대증의 경우 2024년 하반기 적응증 획득을 목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만성·삽화성편두통과 경부근긴장이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만성 편두통은 전체 치료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미국 바이오기업 엘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톡스’ 외에는 경쟁 제품이 없다. 나보타가 이 분야에 진출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른 시장 침투가 예상된다.

나보타는 이미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및 눈꺼풀경련 등 치료 적응증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하반기 중국과 유럽 등에 나보타를 론칭, 국내를 넘어 해외 보툴리눔 톡신 시장까지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엘러간이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노리면서 나보타의 외연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나보타는 12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보다 76% 성장한 바 있다.

2010년 세계 여섯 번재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한 휴젤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에 ▲뇌졸중 후 상지 경직 ▲소아 뇌성마비 환자의 경직에 의한 첨족기형 ▲눈꺼풀경련 치료 등의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더해 양성교근비대증(사각턱) 임상2상과 과민성 방광 및 경부근 긴장이상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휴젤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입성한 이후 지난해부터 유럽 무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약품청으로부터 미간주름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유럽 국가 8곳에 보툴렉스를 진출시켰다. 휴젤은 연내 유럽 24개국 진출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휴젤은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미간주름을 적응증으로 하는 무통화 액상형 톡신 ‘HG102’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함유 액상형 톡신 ‘HG105’ ▲다한증 치료 목적의 패치형 톡신 ‘HG103’ 등에 대한 임상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메디톡스는 타기업들 보다 일찍 의료용 시장 진출을 위한 작업을 착수해 왔다. ‘메디톡신’의 경우 이미 ▲경부근 긴장 이상 치료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소아 뇌성마비 환자의 첨족기형 ▲눈꺼풀 경련 등 치료 적응증을 갖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 특발성 과민성 방광, 양성교근비대증, 다한증, 만성편두통 등의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MBA-P01’주에 대한 임상 3상을 이달 끝마쳤다. 메디톡스는 MBA-P01의 국내 출시를 위해 지난해 6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아 중등증 및 중증의 미간주름 개선이 필요한 성인 318명을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 등의 비교 연구를 진행해왔다.

회사 측은 "MBA-P01의 경우 새로운 제조공정을 적용한 원액과 최신 생산 기술을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생산 수율과 품질을 향상시킨 톡신 제제다"라며 "메디톡스의 기존 제제 이노톡스, 코어톡스와 동일하게 균주 배양 과정에서 비동물성 배지만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의 치료 적응증 확대는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기업들의 당연한 수순이다"라며 "외국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보다 치료제와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본격적인 사업 활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치료 적응증을 필히 확보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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