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병원이 패혈증, 심장마비, 뇌졸중 등 환자의 위험을 식별하고 치료하는 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나섰다. 내원 환자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입원 중에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을 조기에 알린다. 또 퇴원 후에는 재입원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등 내원부터 퇴원까지 전 과정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AI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듀크대 병원은 패혈증(감염에 의한 심각한 전신 염증 반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패혈증 감시(Sepsis Watch)’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패혈증 감시 앱은 4만2000명의 입원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패혈증은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온 뒤 몇 시간 이내에 빠르게 발병돼 진행된다. 이에 듀크대 병원은 가능한 빨리 환자의 패혈증을 감지하고 예측해 치료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시스템을 갖췄다.

우선 간호사는 패혈증 감시 앱을 활용해 응급실에 들어오는 모든 환자를 모니터링한다. 환자가 높은 체온과 심박수, 호흡수 등 전신 염증 반응을 보이거나 내부 장기 손상이 확인된 경우 패혈증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감시 앱에 표시된다. 앱은 패혈증 기준에 미치지 않는 환자도 ‘높음’, ‘중간’, ‘낮음’ 등 위험 정도를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해 보여준다. 환자의 최신 데이터는 5분마다 업데이트된다.

프로젝트를 공동 주도한 듀크대 의사이자 임상 데이터 과학자인 마크 센댁은 "최종 분석이 진행 중이지만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응급실에 오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알고리즘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의료기관 카이저 퍼머넌트는 환자 상태 악화를 최대 12시간 전에 예측하는 ‘사전 경보 모니터(Advance Alert Monitor)’을 개발했다. 예측 모델은 상태가 악화될 환자의 절반 정도를 식별해낸다.

사전 경보 모니터는 환자 데이터를 꾸준히 확인해 중환자실로 이송되거나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점수를 할당한다. 환자의 점수가 특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의료진에 연락을 한다. 이후 의료진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이러한 AI 모델로 인해 응급상황을 예방하고, 환자가 중환자실에 가더라도 비교적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측과 예방, 치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더라도 재입원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AI를 활용해 퇴원 후 30일 이내에 재입원할 위험이 큰 환자를 식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입원 기간, 입원 당시 질환 정도, 기타 질병 및 상태, 입원 기간 내 응급실 방문 여부 등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표준 재입원 위험 평가 점수를 사용한다.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원이자 집중 치료 전문가인 빈센트 리우 박사는 "의사는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예측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찾아낸 가장 최고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적절한 치료와 개선이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