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0세 이상 고령층의 4차 접종 사전예약을 시작한 가운데 추가백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3차 접종 이후 4차 접종은 무의미하다는 주장과 고령층의 중증화율을 낮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접종 대상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mRNA 백신. / 픽사베이
mRNA 백신. / 픽사베이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18일부터 60세 이상 고령층의 4차 접종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 특성상 젊은층은 위험하지 않으나 고령층은 여전히 위험성이 높고, 3차 접종의 효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방역당국은 특히 8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 적극 접종을 권고했다.

당일 접종은 14일부터 시작됐고, 사전예약은 18일부터, 접종은 25일부터 가능하다. 60세 이상 연령층(1962년 이전 출생자)은 3차 접종 후 4개월(120일)이 경과하면 접종 대상이다. 기존에 4차접종이 실시 중인 요양병원이나 시설, 정신건강증진시설 등의 입소자와 면역저하자는 집단감염 우려나 개인 사유 등에 따라 3개월 이후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선택할 수 있는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이다. 이미 코로나 감염 이력이 있더라도 1·2차 접종까지는 적극적으로 권고하며, 3·4차 접종은 자신이 희망하는 경우 접종 가능하다.

시민들 "또 맞아야 하나?" 주저…전문가들 "유의미한 효과에 의문"

정부의 강한 권고에도 시민들은 추가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3차접종까지 완료한 64세 A씨는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3차접종까지 맞았다만, 4차접종은 더이상 맞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백신을 너무 많이 맞게 되면 오히려 면역이 생겨 나중에 나올 백신이 안듣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69세 B씨는 "백신을 맞을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고, 3차접종 후 이젠 코로나 백신은 그만 맞아야지 다짐했다"면서 "4차 접종이 필수가 아닌 권고인 이상 맞을 생각이 없고 필수 사항이 된다해도 접종은 될 수있으면 피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4차 접종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국립감염병연구소가 4차 접종 효과를 분석할 결과, 3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에 비해 4차 접종 후 감염 예방 효과가 매우 증가했다. 3차 접종 후 4개월 대비 4차 접종 2주 후는 항체가가 2~2.5배 증가했으며, 4차 접종 2주 후 대비 4주 후는 6.4~7.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차 접종을 처음 시작한 이스라엘의 연구에서는 3차 접종 대비 4차 접종 4주 후 감염 위험은 2배, 중증화 위험은 3.5배 감소했다. 감염 예방 효과는 8주, 중증예방 효과는 6주까지 확인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효능은 인정하나 효과 지속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고령자라고 해서 꼭 4차 접종 효과가 클것이라는 주장은 좀 더 따져봐야할 부분이다"며 "부스터샷의 중화 항체는 2개월 후 절반가량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B세포와 T세포 등은 각각 8개월에서 2년 이상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즉 중화 항체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2달에 한번 접종을 권장해야 하는데, 이는 비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도 "이젠 백신보다 치료제를 강조할 때이고, 중증에 목매어 방역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 한다"며 "환자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코로나 확진 이후 부작용보다 거부감이 심한 만큼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방역당국 "4차 접종 효과 확실…내성 및 부작용, 근거 없어"

정부는 4차 접종으로 고령층 피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주장했다. 일부 나라에서 돌파감염자에게도 추가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80세 이상에게는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경원 질병관리청 접종기획팀장은 최근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3차 접종 4개월이 경과한 경우 백신효과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며 "최근 중증환자 85%,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60세 이상에 대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XL 변이에 대한 백신 예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XL형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변이들을 세계보건기구는 일반적인 오미크론으로 분류하고 있고 있다"며 "여전히 백신 접종이 다양한 변이에도 위중증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과도한 백신 접종으로 인한 내성 증가 ▲잦은 접종에 따른 부작용 ▲백신 무용론 등에 대한 답변도 존재했다.

황 팀장은 "우리보다 먼저 4차 접종한 이스라엘, 캐나다, 칠레 등의 사례를 봤을 때 1~3차 접종에 비해 4차 접종에서 이상반응이 특히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백신의 반복적인 접종으로 인한 면역체계 영향에 대해선 국내외 연구결과나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고 밝혔다.

백신 무용론에 대해 황 팀장은 "백신은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만 감염되더라도 백신을 통해서 중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며 "최근 영국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은 감염시 빠르게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우주 고려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60세 이상 고령자의 사망이 급증하는 국내 상황만 두고 판단하더라도 60세 이상 4차 접종은 시급하다"며 "60세 고령층은 면역이 저하돼 당장 감염 및 중중화에 취약해진 상태이기에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체계를 형성, 당장의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 접종자, 모더나보다 항체 감소 했을 수도…4차 접종은 개인의 몫

미국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이 모더나 백신 접종자보다 빠르게 항체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몸속에 남아있는 코로나19 항체를 추적한 결과, 2차 접종을 마친 뒤 7~20일 사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자는 얀센 접종자보다 50배 더 높은 항체 수치를 보였다. 이후 두 mRNA 백신 접종자에서 항체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화이자 감소세가 더 컸다.

연구팀이 6개월 뒤 다시 분석한 결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19 항체 수치는 병원에 입원했던 중증 코로나19 환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자보다 낮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후 생성된 코로나19 항체 최고 수치는 유사했다. 또한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항체 생성률이 낮았으나, 모더나는 나이가 항체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더나에서 나타난 더 큰 항체 반응이 실제로 더 나은 보호 효과를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연구를 통해 의료진과 정책 입안자가 백신별로 추가접종이 필요한 시기를 정하거나 대상자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4차 접종이 코로나 예방률보다 확진자를 소위 ‘덜 아프게’ 한다는 부분은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점차 엔데믹(풍토병)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 4차 접종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희미해진 것 역시 사실이기에 독감 백신처럼 개인에 판단이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