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전동화 사업 윤곽이 드러나면서 현지 배터리 조달 업체 선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내 공급망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둔 삼성SDI와 중국 CATL 연합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19일 완성차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2 뉴욕오토쇼’ 참석 차 13일 뉴욕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 전기차 공장 신설과 관련해 "연내 투자를 결정할 것이며, 액션 플랜을 짜고 있다"며 공장 신설 작업을 추진 중임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9조원)를 투자한다. 2030년 미국 전기차 점유율 11% 달성이 목표다. 착공부터 실제 생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늦어도 2023년 초에 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배터리 파트너사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7월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간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완성차 기업은 완제품의 역내 생산부품 비중을 75%까지 올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현대차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 유력 파트너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연산 5기가와트시(GWh)의 단독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까지 25GWh로 늘릴 계획이다. 이 시설에 생산라인을 추가해 현대차가 요구하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산업 단지(KNIC)에도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 2023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인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은 배터리 수급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SK온의 자체 공장이 들어선 조지아주와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는 이웃한 지역이다.

올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조지아 1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9.8GWh, 2023년 가동 예정인 2공장은 11.7GWh다. SK온은 조지아주 1·2공장에서는 포드·폭스바겐에 공급하는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지만, 3공장 이후부터는 현대차 등 복수 기업과 거래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시장 진격을 노리는 CATL이 현대차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은 6조원을 투자해 북미에 연산 8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 등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CATL의 북미 시장 진출은 현대차와 협력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ATL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배터리(E-GMP) 2차, 3차 공급사로 연이어 선정된 바 있다. 특히 3차에서는 함께 선정된 SK온보다 더 많은 납품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설립 발표에 이어 최근 미국에 자체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2020년 5월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삼성SDI 천안 사업장에서 공개 만남을 가지기도 해 양사가 전격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E-GMP 공급사로 복수의 공급사가 선정되고 있어, 미국에서도 복수의 파트너사가 전기차 시장 수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