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글로벌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신사업 영역으로 부상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사회가 일상화되면서다. ESG(환경·책임·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는 상황이다. 두 영역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아직은 별개로 인식된다. 두 개념의 정교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ESG와 메타버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두 개념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김영수 대표가 20일 열린 ‘2022 메타버스ESG’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IT조선
김영수 대표가 20일 열린 ‘2022 메타버스ESG’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IT조선
창간 13주년을 맞은 조선미디어그룹 ICT 전문매체 IT조선은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2022 메타버스 ESG’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오프라인이 믹스된 디지털트윈 시대의 환경·책임·지배구조를 주제로 메타버스와 ESG를 대표하는 각 전문가가 참여했다.

오늘 행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기조발제와 토론으로 나눠 진행했다. 메타버스의 정의와 성공 경영 전략, ESG와 접목으로 발생할 시너지 효과, 메타버스 제반 기술, 메타버스 윤리원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표가 이어졌다.

"메타버스 산업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좁은 시각"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현대원 서강대학교 메타버스대학원 원장은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게임)과 비교해 메타버스의 차별적인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또 미래의 메타버스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접속과 플레이에 그치는 MMORPG 게임과 달리 개별 참여자의 창조적 활동이 자유롭게 허용되면서,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통한된 가상경제 공간이 메타버스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을 의미하는 다오(DAO)에 권한을 적극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메타버스를 선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문형남 대한경영학회 회장은 ESG와 메타버스의 정확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ESG를 환경·사회·지배구조로 표현하지만 이는 오류다"라며 "ESG는 조직의 지속가능성 요소인 환경·책임·투명 경영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메타버스를 하나의 산업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좁은 시각이다"라며 "메타버스는 대부분 산업에 적용되는 신경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컴투스 최고메타버스 책임자)도 메타버스의 정교한 이해를 강조했다. 가상 공간에 사람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데 그치지 않고,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하는 웹3.0에 기반한 공간을 메타버스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지윅스튜디오도 블록체인에 기반한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 중이다. 그는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아닌 자발적 참여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있다"며 "많은 접속자가 동시에 들어와 같이 생활하고 같은 공간에서 확장하는 그림을 그리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자산을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경제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 IT조선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 IT조선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이날 ‘미래먹거리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메타버스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설명했다.

허 국장은 "세계적 수준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어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5위로 자리매김하겠다"며 "4만명의 전문가 양성, 공급기업 220개, 50건 모범사례 발굴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외에도 선도형 메타버스 플랫폼 발굴을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창작물을 NFT로 생성할 수 있는 바우처 지원, 메타버스 인재양성을 위한 메타버스융합대학원 설립, 메타버스 기업 지원 등 육성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 국장은 "연말까지 메타버스 참여자가 안전과 신뢰 구축을 위해 추구해야 할 자율구범으로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정립하려고 한다"며 "관련 이용자 보호 활동도 방통위, 공정위와
협업해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가 미래다" 산업 선도 위한 비즈니스 전략은

메타버스를 미래 비전으로 설정하고, 메타버스를 접목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자사의 전략을 소개했다.

김정수 야나두 대표는 스포츠테크 서비스에 메타버스를 접목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야핏의 사례를 선보였다. 야나두는 현재 메타버스를 적극 접목한 홈트레이닝 서비스로서 야핏을 진화시키고 있다. 야핏 사이클은 세계 랜드마크를 메타버스로 구현해 라이딩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서비스다.

김 대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인 싸이클(자전거 타기)을 메타버스 세계의 매개체로 봤다"며 "(메타버스가 접목된) 야핏을 이용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 아바타와 자전거를 통해 코로나19로 나가지 못하게 됐던 해외 곳곳의 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 세계를 통해 많은 이들이 (동시 접속해) 같은 시간에 라이딩을 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 IPX(구 라인프렌즈) 메타버스 비즈니스 총괄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산업을 확장시키는 회사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IPX는 이를 지식재산권(IP)3.0’으로 정의하고 개인이 만든 다양한 캐릭터로 멀티버스(Multiverse) 세상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IPX는 이같은 목표를 위해 두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오즈(OOZ)와 웨이드(Wade)다. 조 총괄은 "오오즈는 IPX의 IP 3.0 비전을 담은 캐릭터 사업으로, 최초의 NFT 프로젝트다"라며 "여러 캐릭터가 자신의 소울 메이트를 찾아간다는 세계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웨이드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가상인간을 캐릭터로 구현한 캐릭터 인플루언서다. 그는 "모두가 자기 IP를 창작하고 소유하며 돈을 벌 수 있는 IP3.0시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IPX(구 라인프렌즈) 메타버스 비즈니스 총괄 / IT조선
조현 IPX(구 라인프렌즈) 메타버스 비즈니스 총괄 / IT조선
김범주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은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니티의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에서 사용하는 개발도구와 게임 엔진 등을 설계해 제공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자동차와 건설,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혁신 기술을 제공하는데 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 공항이나 가상의류제작 기술 지원이 대표적이다. 김 본부장은 "벤쿠버 국제 공항 같은 경우 유니티 기반의 디지털 트윈 공항을 만들어 실시간 3D로 시각화해 운영을 효율화하며 ESG 영역을 충족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의류 산업도 현실 세계의 데이터에 기반해 파격적인 디자인의 옷을 가상세계에서 선보이고 있을 수 있도록 하면서, 현실의 의류산업이 발생시키는 의류 폐기물은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모 플레이댑 개발이사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플레이댑은 NFT를 적극 접목시켜 블록체인 게임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댑은 지난 2019년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라는 국내 최초 NFT게임도 출시한 상태다.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시키면, 이용자가 서로 다른 다른 게임에서 NFT를 가져가 활용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는 "가상세계의 중심이 되는 NFT가 뒷받침이 되어야,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실물경제와 융합된 범국가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메타버스 세상에서 개인 창작자가 우리의 NFT를 활용해 메타버스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석민 비톡 대표는 향후 다양한 장르의 메타버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스타트업으로서 ‘메타버스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비톡은 NFT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핵심이 되는 서비스 ‘아이소박스'를 준비 중이다.

​​윤 대표는 아이소박스에 대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2D 창작툴을 제공할 예정이다"며 "본인의 지갑을 연동해서 공간 내 보유한 NFT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이 공간은 개인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NFT프로젝트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디지털 기술로 ESG 강화한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를 통해 환경·책임·투명(ESG)경영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지영 SK텔레콤 ESG얼라이언스 담당은 메타버스를 통한 비대면 모임 등이 늘어날수록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 영역에서 도움이 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AI서비스에 메타버스 기술을 더해, ESG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지영 SK텔레콤 ESG얼라이언스 담당 / IT조선
여지영 SK텔레콤 ESG얼라이언스 담당 / IT조선
여 담당은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MZ세대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학마다 상담을 진행하는 데 주목했다"며 "(2021년) 연말부터 이프랜드에서 서강대와 대학생 정서 케어 프로그램 파일럿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우울증 비중과 청년 고독사 비중이 늘고 있다 보니 이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프랜드를 활용한 사례다.

유용규 KT 본부장은 KT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기반한 기업 ESG 실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와 콘텐츠, 클라우드 기술,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환경 문제 개선이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KT에서 보유한 AI와 딥러닝 기술을 통해 건물마다 최적의 에너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관제 제어하는 ‘AI빌딩 오퍼레이터'가 대표적이다.

유 본부장은 "AI 빌딩 오퍼레이터는 건물 내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전부 수집해 이를 딥러닝해 분석하고 최적화한다"며 "이를 적용한 한 B2B 고객사의 경우 전년 대비 7~8%이상의 에너지 손실을 절감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이외에도 고객사 지역에 있는 공기질을 분석하고 미세먼지와 세균 데이터를 측정해 맞춤형 공기질을 제공하는 등 B2B 사업을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진 신한은행 ESG전략실장 / IT조선
박종진 신한은행 ESG전략실장 / IT조선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ESG 경영은 시대 흐름 진단도

박종진 신한은행 ESG 전략실장은 신한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객·사회·직원 등 세 부문에서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소비자 보호 기능 독립성 확보와 고객 보호 총괄을 위한 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을 그룹으로 격상했다. 고객과 은행의 동반 성장을 위해 수치 기반의 평가가 아닌 고객 편의를 위한 활동 위주의 평가 기준도 도입했다.

박 실장은 이어 "친환경 경영활동처럼 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탄소 배출량 감축 및 친환경 금융 지원을 적극 추진 중으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그룹의 중장기 환경 비전으로 설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잘 알아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며 "신한은행은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 팀장 / IT조선 DB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 팀장 / IT조선 DB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팀장은 과거 탄소를 많이 배출했던 LG화학이 ESG를 기업 경영에 내재화하면서 체질변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부터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NCC공정 분해로에 수소를 도입하고,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를 도입해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최소화 한다.

김 팀장은 "탄소 감축 목표를 빠르게 상향하는 것 뿐아니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활동이 중요해졌다"며 "이런 부분들을 사업전략 내 반영할 수 있도록 매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ESG위원회를 신설한 상태다. 이어 "LG화학은 저탄소 사업 포트폴리오로 빠르게 전환해 기존에 화학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ESG를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i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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