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물리보안 업체 3인방으로 에스원과 ADT캡스(현 SK쉴더스), KT텔레캅이 꼽혔다. 하지만 2021년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로운 사명으로 새출발을 하게된 SK쉴더스는 물리보안 업체들과 같은 영역으로 엮이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상황이다. 에스원 역시 SK쉴더스와 비교당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각 사 로고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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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보안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K쉴더스는 물리보안 기업과 실적을 비교 분석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SK쉴더스의 실적에는 물리보안 사업 외에 정보보안과 신사업 관련 실적이 포함되는 탓이다.

SK쉴더스 측은 에스원과 같은 융합보안 기업과 일대일 실적 비교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정보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과의 실적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다만, SK쉴더스 전체 매출에서 물리보안 사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절반 이상이다.

SK쉴더스는 2021년 초 ‘라이프케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정보보안(인포섹) ▲융합보안(SUMiTS) ▲물리보안(ADT캡스) ▲안전 및 케어 등 4대 핵심 사업을 주요 영역으로 낙점하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 사업 영역 역시 보안 분야로만 제한하지 않았다.

SK쉴더스는 2021년 말 조직 간 시너지 제고와 글로벌 사업 확대,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코퍼레이트 센터’ 조직을 신설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 결과 SK쉴더스는 2022년 초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서빙로봇' 사업에 뛰어들었고, 인공지능(AI) 뷰티 솔루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보안과 관련 없는 신사업 분야에 도전 중이다. SK쉴더스는 정보보안과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SK쉴더스가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보안 사업만으로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리보안 분야 연평균 성장률은 일반적으로 정보보안 분야 대비 낮은 편이다.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정보보안 매출액은 2014년 1조7359억원을 기록한 후 연평균 14.5%씩 성장한다. 반면 물리보안은 2014년 5조5195억원에서 연평균 5.8%씩 성장 중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SK쉴더스는 물리보안 기업 에스원과의 단순 실적 비교가 적절치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데, 에스원 역시 SK쉴더스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었다. IPO를 앞둔 SK쉴더스가 상장사인 에스원의 기업가치를 넘어설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탓이다. 만약 SK쉴더스가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할 경우, 에스원은 그동안 누려왔던 물리보안 시총 1위 자리를 뺐긴다.

21일 기준 에스원의 시가총액은 2조6409억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의 희망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2조8000억~3조5000억원대다. 희망 공모가대로 상장이 진행된다면 에스원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에스원 내부에서도 SK쉴더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내부 임직원들이 SK쉴더스와 함께 거론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