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과 코발트 등 2차전지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소비자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차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전기차가 유비지는 저렴하지만 배터리 교체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해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 일일 금속 거래 가격을 보면 22일 니켈과 코발트의 톤 당 거래가격은 각각 3만3875달러(4200만원), 8만2000달러(1억원)쯤이다. 2021년 동기보다 니켈은 2배 이상 가격이 증가했고, 코발트도 1.7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 하부에 탑재되는 2차전지 팩 / 이민우 기자
전기차 하부에 탑재되는 2차전지 팩 / 이민우 기자
니켈은 5만달러(6200만원)선을 넘봤던 3월보다는 제법 가격이 하락했지만, 2022년초 2만달러(2500만원)쯤이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코발트는 2021년 7월 이후부터 가격이 매달 사실상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는 전기차 등에 투입되는 2차전지의 양극재의 주 원자재다. 니켈과 코발트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다보니,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도 차츰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국내 양극재 제조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등은 2분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배터리 제조사 등에 공급하는 양극재 가격을 25%이상 인상했다.

양극재는 2차전지 생산비중 절반에 가까운 40%를 차지한다. 양극재 가격이 증가하면 2차전지 가격도 비례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가격 증가가 곧장 2차전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니켈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추이가 지속되고 양극재 납품 가격도 하락하지 않는다면 2차전지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 이민우 기자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 이민우 기자
2차전지는 전기차 가격의 40%쯤을 차지한다. 완성차 기업이 2차전지 발주 시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을 생각했을 때, 2차전지 가격 증가가 당장 생산원가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2차전지 공급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차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할 수 있다.

2차전지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돼 완성차 기업의 신규 2차전지 납품가격도 오르게 될 경우, 소비자가 전기차 운용에 느끼는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 부담해야하는 가격도 수천만원인데, 하락은 고사하고 교체가격이 더 상승하게 될 요인만 남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전기차의 2차전지 교체 가격은 2000만원 이상이다. 현대자동차 코나EV의 경우 2300만원쯤이며, 아이오닉5도 2000만원대에 육박한다. 1억원대 아우디 전기차인 e트론은 55모델 기준 7000만원대, 50모델은 6000만원쯤이다.

완성차 기업에서 고정된 주행거리 등에 따른 무상보증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기계적 결함이나 충전 효율이 떨어졌을 경우에 국한돼 충격 등으로 인한 손상시에는 소비자가 온전히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 차원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등을 통한 추가 수익원 등이 개발될 경우, 전기차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도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