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기반하지 않은 메타버스 서비스는 가짜다. 로블록스·제페토 등은 그런 의미에서 진짜가 아니다."

최근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서비스를 취재하면서 한 전문가로부터 들은 주장이다. 그는 로블록스와 제페토 등 최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진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기업이 중앙에서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모델은 혁신적 메타버스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메타버스의 본질에서 찾았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같은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새로운 가상공간이기 때문이다. 과장된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들은 웹3.0·탈중앙·블록체인·NFT 등의 기술이 결합해 메타버스 서비스가 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라고 입을 모은다.

메타버스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가상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메타버스는 현실과 똑같이 경제적인 교류까지 일어나야만 ‘혁신'으로 불릴 수 있다. 가상공간이 현실과 같으려면, 참여자가 현실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상거래를 하거나 영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페토에서 구매한 신발과 옷은 그대로 로블록스의 메타버스로 이동할 수 없다. 제페토가 사라지더라도 여기서 사모은 아이템을 로블록스에서 여전히 쓰고 입을 수 있어야 진짜 ‘자산'이다. 이런 ‘진짜' 자산을 모을 수 있어야 사람들은 가상경제에 ‘진심'으로 몰입해 자발적으로 활동한다. 즉 제페토와 로블록스 같은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돼 상호호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간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각자의 인터넷 서버나 서비스에서 가입자 데이터를 독점하는 구조로는 호환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공공의 서버나 데이터 저장공간과 같다. 블록체인 위에 각 메타버스에서 발행한 아이템이 ‘디지털 등기부등본'인 NFT로 기록되어 저장되면, 참여자들의 자산은 제페토가 망해도 훔칠 수 없는 ‘진짜 내것'이 된다.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해결해야 하는 난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모두에게 자료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서비스를 둘 만한 이유가 많지 않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할수록, 블록체인을 만든 주체로서의 기업은 점점 플랫폼을 움직이는 힘을 잃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부 기업만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기술 발달이 더디다. 느린 속도나 보안 문제도 여전히 넘어야할 과제다.

다만 혁신사업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패러다임과 세계를 만드는 것으로 본다면 탈중앙형 플랫폼으로서의 메타버스를 지향해야 한다는 견해를 무시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하다.

어떤 기업이 있을까? 더샌드박스, 엑시 인피티니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탈중앙형을 지향하며, 블록체인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불완전해 이에 기반한 이들의 콘텐츠 역시 단순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이같은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고 구현하려는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좀더 섬세하게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접목한다면서 거대한 혁신의 물결인양 외치는 상황에서, 적어도 메타버스를 강조하는 기업이 품은 이정표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