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으로 선량한 법 준수 업체만 ‘폰팔이’ 둔갑
휴대폰 싸게 팔면 ‘성지’이자 양심가게?

유통 업계 참여 규제개선위원회 발족해야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등 관련 유통 업계 종사자가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방통위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통법)에 규제만 더한 결과 시장 혼란만 가중하고, 이용자 차별 또한 조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는 KDMA가 언급한 규제 문제의 경우 이통 3사가 자율적으로 시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정부 역할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시장에서 이통사와 유통 업계 간 논의가 필요한 만큼, 협의체 운영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태현 KMDA 회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단통법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유태현 KMDA 회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단통법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 김평화 기자
KMDA "규제 일방도 방통위 때문에 기형 시장 탄생"

KMDA는 26일 오전 경기 과천시에 있는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를 상대로 단통법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 시장의 생태계를 개선하면서 소비자 차별을 막고자 2014년 10월 도입된 법이다. 보통 소비자가 휴대폰을 살 때 정보력에 따라 할인 금액이 달랐는데, 단통법은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크게 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공시지원금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가 받는 차별을 줄였다. 단말기 유통 매장이 법으로 정한 금액보다 많은 할인 헤택을 주면 불법보조금으로 보고 처벌을 한다.

KMDA는 26일 기자회견에서 규제 기관인 방통위가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불법보조금 발생의 근본 원인을 살피기보단 규제를 여러 차례 더하며 단말기 유통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규제 사안은 폐지하되 유통 업계가 참여한 규제개선위원회를 발족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도 더했다.

유태현 KMDA 회장은 "방통위는 단통법을 준수하도록 올바르게 유도하고 위반 소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그간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단편적인 방식으로 유통업계를 옥죄었다"며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전체 유통 업계를 압박하고 시장을 냉각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피해 생존하고자 하는 일부 유통 업체의 일탈을 조장하면서 성지(불법보조금 운용 매장)와 같은 기형 시장이 탄생했을 때도 또다시 전체 유통을 향한 단편적인 규제 강화를 반복했다"며 "이동통신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불공정해져 이용자 차별 해소는커녕 유통망이 이용자를 기만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KMDA가 방통위를 상대로 요구한 사안은 ▲이동통신 3사의 자율정화 시스템 폐지 ▲이동통신사 순증감 관리 전면 중단 ▲규제개선위원회 발족 등 세 가지다.

KMDA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방통위를 상대로 단통법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KMDA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방통위를 상대로 단통법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규제할수록 숨어서 팔아야 할 이유 늘어난다"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 시장 과열을 막고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관계 기관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자율정화 시스템을 두고 있다. KAIT로부터 이통사별 벌점을 보고 받은 후, 일정 점수가 넘은 이통사를 대상으로 사실 조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KAIT는 이때 지역별, 시간대별, 영업 채널별로 장려금 수준을 모니터링해 과열 신호를 살핀 후 벌점을 매긴다.

KMDA는 벌점제가 성지나 밴드 등 불법 영업을 통제하기보단 음지에서의 불법 영업을 늘린다고 지적했다. 이통 3사가 벌점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영업 활동도 하다 보니 법망을 피해 성지나 특수 채널로 성과를 올리고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유 회장은 "이통사가 사실조사를 피하고자 팔 수 있는 곳, 숨어서 팔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는데, 성지나 불법 온라인점이 그 대상이다"며 "지금보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숨어서 팔아야 할 이유가 생겨서 성지(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이용자 차별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정가에 법을 지켜서 파는 사람은 폰팔이고, 할인해서 (휴대폰을) 파는 곳(성지)은 양심 가게가 된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통사가 특정 지역이나 시간대에 과열 신호가 감지될 시 벌점을 막고자 해당 지역과 시간대에 영업 정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서 생기는 이용자 차별 문제도 있다. 이통사가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특정 과열 신호를 보고 일정 시간에 그 지역 전 유통망에 개통 처리를 막는 경우가 한 사례다.

이때 일선 유통망은 개통 정지와 재개가 언제, 왜 진행되는지 사유를 알지 못한 채 지시를 따라야만 한다. 해당 지역에서 단말기 개통을 처리하려 했던 가입자 역시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부 단말기 유통점은 이 경우 개통이 풀렸을 때 작업을 처리하고자 가입자의 신분증을 맡아 두기도 하는데, 이 역시 법에선 금하는 행위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유 회장은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유통망은 손님에게 타당하지 않은 차별의 이유를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할 수 없기에, 또 다른 기형적 영업을 강구하도록 유도되고 있다"며 "그런 기형이 드러날 때마다 방통위 조치는 오로지 더 강한 규제의 반복뿐이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이통사-유통 업계 갈등 해결 위한 협의체 마련할 수도"

KMDA는 이같은 규제의 부작용을 개선하고 단통법 취지를 살리려면 유통 업계가 참여하는 규제개선위원회 발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시장 경쟁 상황이 달라진 만큼 규제 일변도의 정책 역시 진흥 쪽으로 무게 추를 달리 둬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유 회장은 "번호이동이 일 2만개를 상회했던 이른바 번호이동 시장일 때 이통사 간 (경쟁) 과열로 시장을 규제했지만, 현재는 번호이동이 일 5000개도 되지 않는 절대 기변(기기변경) 시장이다"며 "규제가 필요한 시기에는 규제를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규제보다는 진흥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규제 기관에 규제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를 없앴을 때 우리도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규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며 "규제개선위원회가 발족하기 전까지 규제 방식을 일단 중단하고 잘못된 것은 거둬낸 후 올바른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KMDA 요청과 관련해 유통 단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KMDA가 개선 사항으로 언급한 이통 3사 자율정화 시스템 등의 경우 방통위가 행위 당사자는 아닌 만큼 이통사(본사)와 유통 단에 있는 대리점, 판매점 간 갈등이 해소할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 참여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율정화 시스템은 이통 3사가 시장을 안정화하고자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이를 방통위가 운영하지 말라고 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시장 혼란이 발생한 만큼 이를 외면할 수 없으니 논의의 장을 마련하되 KMDA가 주장하는 위원회 성격보단 협의체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KMDA는 2014년 도입한 단통법이 그간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고 보고 관계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발을 지속한다. 규제 기관인 방통위를 대상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면, 다음 대상은 관련 산업 육성과 진흥을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다. 이번처럼 기자회견을 진행할지, 향후 언제 행보를 진행할지는 차후 논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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