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알티베이스의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최대주주가 사망한 후 가족들이 일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회사를 진두지휘했던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 가족 내 상속문제 등 복잡한 사정이 회사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들에게 배포된 이사 선임의 건 문서 일부 / 독자 제공
주주들에게 배포된 이사 선임의 건 문서 일부 / 독자 제공
알티베이스는 199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토종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3월 말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와 등기이사를 변경했다. 박혜례나 대표가 새로 취임했고, 박 대표의 아들인 남서우 이사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박혜례나 대표는 알티베이스의 최대주주였던 고(故) 남상진씨의 배우자다. 박 대표의 취임 후 기존에 회사를 운영했던 장재웅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히고 알티베이스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알티베이스 소액주주들은 최근 인사가 이사진의 일방적인 경영진 교체라며 반발한다. SW 회사를 이끌 대표로 IT 전문가인 장 전 대표가 아닌 비전문가인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맡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장재웅 전 대표의 경우 공공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침체기를 걷던 알티베이스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티베이스는 2010년 창업자였던 김기완 전 대표가 퇴사한 후 휘청거렸다. 2012년만해도 200억원을 넘던 매출이 2014년 72억원대로 쪼그라 들었다. 직원들의 이탈도 많았다. 그러다 2015년 장재웅 전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은 후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 취임 후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DBMS와 오픈소스 전략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2015년 매출 112억원을 올리며 1년만에 큰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알티베이스 매출은 95억원으로 예전보다 줄었지만 2020년(87억원)보다 좋아진 수치다.

장 대표는 SW 업계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2020년 제14대 한국공개SW협회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최근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알티베이스 신임 대표로 선임된 박혜례나씨의 주요 경력으로 명시된 출신 회사는 대우와 서울건축 등이다. IT와 거리가 있는 업종이다. 대표 변경의 핵심 이유는 남상진 전 최대주주의 사망 탓으로 볼 수 있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남씨 사후 오너 일가의 재산 상속과 대여금 관련 문제가 얽혀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알티베이스 관련 자료를 보면, 2019년 감사보고서 기준 주주가 회사로부터 빌린 단기대여금은 36억원이다. 2020년부터는 별도의 감사보고서가 올라오지 않았지만, 최근 주주들에게 배포한 2021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주의 단기대여금이 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알티베이스 감사보고서 기준 특수관계자 단기대여금 내역 / 독자 제공
2021년 알티베이스 감사보고서 기준 특수관계자 단기대여금 내역 / 독자 제공
알티베이스는 연간 매출 규모가 10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회사다. 2019년 영업이익은 4억 5900만원이다. 그런데 주주가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의 액수는 회사가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비정상적으로 운영을 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알티베이스가 나름 탄탄하게 성장하던 중소기업이었는데, 경영진 교체 등 여파로 향후 재정상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우려한다. 오너 일가의 경영 전횡이 똘똘한 토종 SW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알티베이스의 한 소액주주는 "최대주주가 사망했지만, 여전히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최대주주는 고인인 남상진씨로 돼 있다"며 "이런 일을 볼 때 가족 내 상속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주가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면, 당연히 회사는 대여금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해야 하는데, 여전히 관련 과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 주총에서 갑자기 미망인이 대표로 취임하고 아들이 등기이사가 되는 것을 보고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액주주는 "소액주주연대가 장부 열람권을 신청하고 회사 측에 내용증명도 보냈다"며 "장 전 대표는 영업이익도 올리고 나름 경쟁력 있는 토종 SW 기업으로 알티베이스를 잘 경영했는데, 앞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비상장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근 올라온 주주들의 게시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비상장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근 올라온 주주들의 게시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도 알티베이스 소액주주의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IT조선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알티베이스 경영진의 답변을 듣기 위해 본사 대표번호로 수일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 측은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