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후 소비자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5G 중간 요금제 논의가 새 정부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역대 정부 출범부터 가계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5G 중간 요금제를 주요 도구로 활용할 전망이다.

5G 중간 요금제가 단기적으로 이통사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증권가에선 장기적으로 5G 가입자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라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G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5G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29일 인수위와 통신업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5G 중간 요금제 도입을 가시화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호 과학기술분과는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 편의를 위해 5G 중간 요금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평균 5G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5G 요금제를 다양화하고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한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2021년 통계를 보면, 국민 1인당 5G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6.8기가바이트(GB)임에도 15GB 미만이나 100GB 이상의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만 있다 보니 발생하는 선택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5G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 제한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5G 중간 요금제 소관 부처인 과기정통부, 통신 3사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G 중간 요금제는 소비자 단위에서 꾸준히 요청된 사안이다. 중간 단위 5G 요금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는 지적이 그간 이어졌다. 소비자가 데이터 사용량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불가피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 경우 월 통신비가 1만4000원 넘게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5G 중간 요금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는 이동통신 소비자가 사용하는 평균 데이터 구간인 20G~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 단위 5G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별도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놓진 않았다.

4월 기준 이통 3사 5G 요금제 구성표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4월 기준 이통 3사 5G 요금제 구성표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건은 당사자인 이통사의 5G 중간 요금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정 여부와 후속 조치인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냐에 있다. 그간 역대 정부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해 걸었던 주요 공약이 이행됐던 만큼, 정부 의지에 따라 5G 중간 요금제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택약정 할인 폭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가계 통신비 인하안을 내놨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통 업계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이통사는 할인 폭을 높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를 외쳤고, 임기 중에 가입비를 없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결합 할인 상품으로 통신비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통 업계는 새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추진 방향에 맞춰 대응 마련에 나선 모습이지만, 5G 중간 요금제 도입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5G 통신비 인하뿐 아니라 5G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은 상황인 만큼, (이런 정책은) 사업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5G 중간 요금제 도입이 장기적으로는 이통사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했다.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은 고가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일부 가입자가 중저가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지만, 요금제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힐수록 5G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5G 이용자 증가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내고 5G 중간 요금제 도입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5G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저가 요금일수록 1GB당 요금이 높아 사실상 소비자에게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강요해왔다"며 "소비자 불만과 시민사회 요구를 외면했던 이통 3사가 정부 발표에 호응에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할지 의문이지만 이제라도 미루지 말고 이용자 수요에 맞는 요금제를 즉시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