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쉐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가 2022년 국내 출시됐다. 한국지엠에서 기존에 수입하고 있던 쉐보레 트래버스보다 한 단계 더 큰 몸집을 가진 만큼, 준대형SUV 이상의 패밀리카 출시를 바랬던 국내 운전자 욕구를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함께 국내 풀사이즈 SUV 수요를 세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조선은 4월 29~30일에 걸쳐 쉐보레 풀사이즈 SUV 타호를 시승했다. 시승은 서울시와 하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와 김포와 강화도 등 교외지역 포함 총 350㎞이상 경로로 이뤄졌다. 시승한 차량은 하이컨트리 모델로 외장 색상은 턱시도 블랙이며 차량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인하 세제혜택 적용 기준 9253만원이다.

쉐보레에서 2022년 국내에 출시한 풀사이즈 SUV 타호 외관 / 이민우 기자
쉐보레에서 2022년 국내에 출시한 풀사이즈 SUV 타호 외관 / 이민우 기자
‘타호’는 풀사이즈 SUV인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국내 대형 SUV 수요의 상당량을 담당하는 팰리세이드와 비교했을 때 전장이 370㎜정도 길고, 전고와 휠베이스도 170㎜쯤 높고 넓다. 전장과 휠베이스는 차량 실내 면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덕분에 타호의 레그룸은 1~3열 모두 넓고 길다.

2열의 경우 독립 시트로 구성됐는데, 레그룸과 양 옆 공간이 충분해 쾌적한 주행 경험을 느낄 수 있다. 2열에서 3열로 향하는 통로도 넓어 오가는 것이 수월하다. 실내가 넓기에 2~3열을 접으면 최대 3480리터(ℓ)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기본 적재공간도 722ℓ다. 1열 천장의 버튼(3열)과 트렁크쪽 버튼(2,3열)으로 좌석을 수월히 접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2열 좌석은 되돌리는 것은 직접 해야한다.

도로와 주차장이 넓은 미국에 더 적합한 차량인 만큼, 타호를 국내의 도로 환경에서 운용할 경우 좁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코스트코처럼 주차장 대당 면적이 큰 곳도 타호를 주차하면 양 옆 공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코스트코 주차장에서도 선이 아슬하게 걸치는 만큼, 주차장 면적이 작은 오피스텔이나 구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적합한 장소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2열과 3열을 전부 접었을 시 타호의 내부 공간 / 이민우 기자
2열과 3열을 전부 접었을 시 타호의 내부 공간 / 이민우 기자
엔진으로는 6.2ℓ 오버 헤드 벨브(OHV) V8 엔진이 사용됐다. 8기통의 고배기 엔진인 만큼, 시동시 강렬한 엔진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디젤차에 가까운 엔진음과 배기음을 배출하는 만큼 오프로드에 대한 열망을 지닌 운전자라면 타호의 엔진음을 반길 수 있다. 시동 시 우렁찬 엔진 소리와 달리 주행 중 느껴지는 엔진 소음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가속 성능은 주행 속도와 모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정지상태와 저속 상황에서의 가속력은 느린편이다. 공차중량 2651㎏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탓이다. 타호의 공차 중량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는 700㎏정도,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는 500㎏정도 더 무겁다. 기본 무게가 무거워 저속에서는 낮은 가속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이유로 후진 중 느껴지는 가속과 이동성도 반응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신 시속 60㎞이상으로 속도를 내며 관성을 받았을 때 가속력은 준수하다. 시속 60㎞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큰 답답함이 없다. 저속 상황에서는 타호를 굼뜨게 하는 공차중량이 고속상황에서는 오히려 빠르게 속도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지원군이 된다.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중형차, 경차 등과 비교한 타호의 크기 / 이민우 기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중형차, 경차 등과 비교한 타호의 크기 / 이민우 기자
스티어링휠(운전대) 조작감은 풀사이즈 SUV임에도 훌륭하다. 스티어링휠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뻑뻑한 세팅일 경우 장시간 운전 시 양팔에 큰 피로가 올 수 있지만, 부드러운 조작감이 풀사이즈 SUV를 운전하는 데서 오는 피곤함을 상쇄한다. 후방 시야를 보조하는 디스플레이 룸미러와 360도 카메라 등 각종 운전 편의 사항도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인 만큼 준수하게 탑재됐다. 숙련된 운전자라면 타호의 크기에만 적응하면 운전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9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가진 차량에 어울리지 않는 벌브식 리어램프가 튄다. 5세대 타호는 그릴과 헤드램프에서 형제차인 에스컬레이드의 프리미엄 감성을 많이 따라온데다, 타이어에는 브리지스톤에서 프리미엄 SUV에 공급하는 알렌자 타이어를 사용했다. 다른 구성품이 프리미엄 감성을 보유한 가운데 리어램프만 벌브식이다보니 아쉬움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형제차인 에스컬레이드의 포인트인 수직 LED 만큼은 아니더라도 리어래프 전체에 LED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노면 충격과 소음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꼽힌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노면을 주행할 때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소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단거리 주행에서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지만, 장시간 운전시에는 하체에 특히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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