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반도체 특허 수익과 관련한 의혹이 인사청문회 안건으로 다뤄졌다. 관련 의혹을 해소하려면 특허 수익 관련 세부 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이 후보자는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과방위에서는 자료 불제출 문제로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비밀 유지 조항 등의 계약 특수성을 들어 자료 제출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후보자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후보자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일 오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대표 성과로 꼽히는 벌크 핀펫(Bulk FinFET) 특허 수익과 관련한 의혹을 질의했다.

벌크 핀펫은 3차원(3D) 반도체 소자 기술로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이다. 인텔과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모두 특허 사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후보자는 2002년 KAIST와 해당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특허 수익의 일정 비율 보상을 조건으로 미국 특허권을 KAIST 특허 자회사인 KIP에 양도했다. 국내 특허권은 KAIST가 보유한다.

윤영찬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이 대부분 벌크 핀펫 수익에서 발생함에도 관련 자료를 이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직전 세부 내역을 제외한 수익 총액 내역만을 전달받았다는 설명도 더했다.

윤 의원은 "이걸 갖고는 후보자가 어떻게 160억이 넘는 재산을 갖게 됐고, 그 과정에서 후보자가 정당한 수익 배분을 받아 재산 축적에 기초가 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KIP와의 계약 관계, 구체적인 수익 발생 시점과 액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212년 당시 아파트와 외제 차량을 구입하는 등 20억원 가량을 지출한 것을 두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가 2012년 특허 수익으로 12억원을 받았음에도 그보다 많은 지출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봐야 하지만 자료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지적에 "(특허 수익 관련 자료) 기타로 표시돼 있는 부분이 2012년에 제가 받은 기술료다"며 "(특허 계약 관련) 회사에서 강력한 요청을 해서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회사 비밀 유지 조항 등의 사유로 수익과 관련한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이에 "계약서를 갖고 오라"며 "공개 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 있으면 내가 판단하겠다"며 자료 제출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양정숙 의원은 벌크 핀펫 기술이 국가 연구 개발 사업으로 탄생한 결과물임에도 이 후보자가 수익을 얻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양 의원은 "과기부는 R&D 부처인데 정부 공공 R&D 비용이 민간까지 하면 100조인 상황에서 국가 예산으로 한 연구 개발 사업에 대해 공공성을 상실한 채 국가는 이익을 보지 못하고 개인이 특허 출원료를 받으면 되겠냐"며 "과기부 장관이 된 후에도 국가 예산이 들어간 개발 사업에 대해 규정 흠결이 있을 경우 미비로 개인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냐"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특허 출원 당시) 국가 규정을 다 지켜서 그렇게 간 거다"며 "수익이 저한테도 있지만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또 "기관이 승계를 해서 뭘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자신의 이름을 딴 관련 법 제정을 언급했다.

이날 국회 과방위는 인사청문회에서 특허 수익 외에 이 후보자의 부부간 증여세 누락과 해외 출장 자녀 동반 문제 등을 놓고도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이 후보자는 증여세 누락과 관련해서는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자녀 동반 해외 출장과 관련해서는 유념하겠다는 개선 발언을 더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