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IB(기업금융) 비즈니스에서 SK그룹 계열사 물량 외에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산분리로 2018년 SK그룹과 결별을 선언했지만,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IB부문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조직개편까지 단행했지만 현재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원스토어 상장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며 올해 첫 기업공개(IPO) 성과를 냈다. 원스토어는 오는 9~1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모가를 확정한다. 12~13일 일반 청약을 받은 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다.

SK증권은 총 공모물량의 10%인 66만6000주를 총액인수한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각각 279만7200주(42%)씩을 인수한다. 인수대가로는 희망 공모가 밴드(3만4300~4만1700원) 하단을 기준으로 2억5128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총 공모금액의 0.4%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공모주식 모집·매출에 관한 성과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오는 9~10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는 SK쉴더스에는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SK증권은 전체 공모물량 2710만2084주 중 2%에 해당하는 54만2040주를 받았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 모두 SK그룹 계열사다.

이같은 성과는 작년 말 IB부문 강화를 위해 거의 6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에 비춰보면 다소 아쉽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SK증권은 IB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성장 강화에 무게를 두고 IB총괄을 신설했다. 기업금융사업부, 구조화사업부, 대체투자사업부를 총 지휘하는 자리로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한 박태형 사장이 총괄 자리를 맡았다. 박 사장은 SK증권에서 WM부문장, IB부문장, 리테일사업부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후 IPO 주관 실적의 경우 1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말할 수 있는 사항이고 공시 사항이라 미리 말하기 어렵다"며 "자사뿐 아니라 IPO 시장 전반이 침체돼 대부분의 증권사가 주관 실적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인 J&W파트너스를 최대주주로 맞으면서 SK와 갈라섰다. 김신 SK증권 대표와 일부 임원이 PEF에 출자자(LP)로 참여하는 등 독자 경영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SK그룹 편중 현상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2018년 6월 유전체 분석·진단 서비스 기업 EDGC(이언다이애그노믹스)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이후 이렇다 할 IPO 트랙레코드를 쌓지 못했다. 2019년에는 1건의 스팩을 상장시키고 한화시스템과 에코프롬비엠에 인수단으로 참여한 것 외에 주관실적이 없었다. 인수수수료도 각각 1억6102만원, 6912만원에 그쳤다.

2020년 들어서야 SK바이오팜과 미래에셋맵스리츠, 한국파마에 각각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9억원 가량의 인수수수료를 챙겼다. 여기에서도 가장 많은 인수대가는 SK바이오팜에서 나왔다. 전체 공모물량의 8%를 총액인수해 6억1398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IPO 참여한 모든 기업이 SK그룹 계열사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는 인수단으로 참여했고 SK리츠에는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SK디앤디의 자회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디앤디플랫폼리츠에도 인수단으로 포함됐다. 이를 통해 29억8723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최근 2년(2020~2021년)간 SK증권이 SK그룹 계열사 IPO를 통해 얻은 수수료만 36억원이다.

SK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사와의 딜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으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어 SK그룹 계열사 IPO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이 SK그룹과 계열분리 이후 브랜드 후광 효과로 인수단이나 공동주관사로 꾸준히 참여하고는 있다"며 "다만 중소형 증권사로서 IPO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모 기업의 IPO 주관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