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 특허 기술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특허에 기여한 제자가 있음에도 특허를 독식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이 후보자가 특허 기술료를 지급받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이 후보자, KAIST는 50%, KIP는 64% 특허 수익 배분받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일 이종호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당일 오전 이 후보자를 상대로 의원 질의를 진행한 데 이어 오후엔 참고인을 포함한 청문회 일정을 이어갔다.

이번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강인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IP(KIP) 대표 ▲최성율 KAIST 기술가치창출원장 ▲박태서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나노 CMOS 개발 과제 공동 연구원 등 세 명이 참석했다. 세 명 모두 이 후보자의 대표 성과인 벌크 핀펫(Bulk FinFET) 기술과 관련한 인물이다.

벌크 핀펫은 반도체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3차원(3D) 반도체 소자 기술이다. 인텔과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모두 사용하는 기술로,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2002년 KAIST와 해당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 특허는 KAIST가, 미국 특허는 KAIST 특허 관리 자회사인 KIP가 각각 소유했다.

이 후보자는 KAIST로부터 특허 관련 수익의 50%, KIP으로부터 64%의 수익을 배분 받는다. 이 후보자가 벌크 핀펫 특허와 관련해 지금까지 얻은 수익은 총 160억원쯤이다.

강인규 KIP 대표가 참고인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강인규 KIP 대표가 참고인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특허 기술 기여한 제자 패싱 의혹에 이 후보자 "이미 정리된 사안"

이용빈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은 이번 청문회에서 벌크 핀펫 기술과 관련해 이 후보자가 기여자를 제외한 채 특허를 독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벌크 핀펫 기술 관련 논문 다수의 제1저자가 이 후보자의 제자였던 박태서 연구원으로 돼 있지만, 특허 권리를 이 후보자가 독식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벌크 핀펫 관련 13개 논문 중 8개 논문에서 제1저자가 박태서 박사다"며 "벌크 핀펫 관련해서 논문이 중요했고 그 성과를 이 후보자가 누리는데, 이 과정에서 제1저자로 활동했던 박태서 박사는 관련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언급 당사자인 박 연구원은 특허 독식 관련 의원 질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벌크 핀펫 기술 개발에 "일부 기여했다"며 "수치 등을 정할 때 논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다만 기여를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기에 특허 지분과 관련해서는 공동 저자로 판결될 가능성이 적다는 발언을 더했다.

이 후보자는 특허 독식 의혹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이미 판결을 통해 정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허는 논문과 다르다. 특허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도 나오고 중간에도 나오고 끝에도 나온다"며 "발명자 자격이 안 되는 분이 발명자가 되면 특허가 무효가 된다고 배워 (특허자를) 명확히 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여러 특허가 나왔을 때 박 박사가 참여한 것은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했다"며 "벌크 핀펫 특허 후속으로 출원된 특허는 그 당시 기준으로 (벌크 핀펫 특허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박 박사가 기여를 했기에 공동 저자로 올라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율 KAIST 기술가치창출원장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최성율 KAIST 기술가치창출원장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KAIST-KIP 소송 관련 이해충돌 의혹에는 이 후보자 "이해관계 없다"

조승래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은 KAIST와 KIP가 벌크 핀펫 수익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 이 후보자의 이해충돌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때 이해충돌로 본다는 설명이다.

앞서 KIP는 이 후보자가 벌크 핀펫 기술로 해외 특허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관련 비용을 집행했다. 미국 현지에서 투자받아 특허 출원 비용을 마련해 진행한 사업이다.

미국에서 특허를 따낸 KIP는 이후 현지에서 삼성전자에 특허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진행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후 소송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KIP와 KAIST에 지급할 특허 비용을 각각 정했는데, KIP 투자자는 미국 특허 비용이 적다며 반발했다. 이후 해당 투자자와 KIP 간 추가 소송이 진행 중이다. KAIST는 해당 소송으로 특허 수익 배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법적 조치로 특허 수익금과 연결된 미국 계좌 동결을 요청해둔 상태다.

조 의원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와 미국 특허 이익 배분이 달라질 경우, 이 후보자의 수익도 달라질 수 있는 등 이해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소송) 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며 "삼성 관련 이슈에서 5대 5로 할 것인지 혹은 4대 6으로 할지에 따라 이 후보자에게 가는 수익이 달라지는 데 이해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냐"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참고인 질의 전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제기한 소송 관련 이해충돌 의혹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김 부의장 질문에 "KAIST가 국내 특허를 갖고 있고 KIP는 미국 특허를 갖는 상황에서 두 기관이 일어난 일이며 제가 관여한 바는 없다"며 "국내 특허는 이미 시효 유효 기간이 끝난 상태고, 미국 특허도 내년(2023년)에 끝나는 만큼 더 이상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