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의료·제약 과제 윤곽…실효성 의문·국민 건강 위협 지적 존재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5.05 06:00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공개하면서 새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복지문화분과를 통해 그간 의료·제약계가 정부에 요구해 온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되면서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제 이행 가능성과 함께 과도한 규제 완화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25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연구실에서 개발한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 당선자 대변인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출범을 앞두고 정부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공개했다. 이번 과제에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비롯해 혁신신약 개발 메가펀드 조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도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또 인공혈액, 유전자치료 등 차세대 첨단의료기술 확보, 공적 임상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예방의료체계 구축, 비대면 진료, 신약개발 메가펀드 조성 등 공헌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과제는 크게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등으로 나뉜다.

우선 예방적 건강 강화에는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1차 의료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복건복지부는 ICT를 기반으로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자에게 케어플랜, 건강관리서비스, 맞춤형 교육 등을 제공하는 만성질환 예방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국가 무료접종을 실시함으로써 에방접종사업도 확대한다.

복지 산업 측면에서는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과제가 추진된다. 이에 따라 감염병 등 보건안보 관련 과제와 희귀난치 질환 등 국가적 해결 필요과제에 대한 혁신적 연구개발체계(한국형 Arpa-H)를 구축한다. 팬데믹 발생 시 ‘초고속 백신치료제 개발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를 계기로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를 구축하고 세계바이오서밋 개최 등을 통해 바이오 분야 글로벌 도약을 공헌했다.

그간 산업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메가펀드 조성’과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 양성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오헬스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개선을 통한 혁신 생태계를 조성도 약속했다. 또 인공혈액, 유전자 치료 등 차세대 첨단의료기술을 확보하고, 공적 임상연구를 확대한다.

현 정부에서 진행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및 개방은 이어간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을 구축,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개방, 바이오 디지털 활용 인공지능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정밀의료 등을 촉진한다. 제품 연구 단계부터 기술·규제 정합성을 동시 검토해 규제 예측성을 높이고,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제품화 성공률을 제고하기로 했다.

허가 후 사용정보 수집·평가를 통한 제품 안전·성능 환류체계를 확립하고, 시장성보다 공공가치가 큰 희귀제품 등에 대해선 국가공급기반을 확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질병관리청을 통해서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먹는 치료제 등을 충분히 확보하고,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한다. 또 중장기적 위기 발생에 대비해 중앙감염병병원 중심 의료대응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 과제에서는 고가 치료제 관련 내용과 건강보험제도 정비 사업이 포함됐다. 우선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확충 대책을 마련하고, 필수과목 지원 확대 및 전공의 등 의료인력 역량을 강화한다. 예산·공공정책수가와 새로운 지불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모든 질환에 확대 적용하고, 지원한도를 상향한다. 또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를 신속 등재하는 등 고액의료비 부담을 완화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산공제 확대, 피부양자 적용 기준 강화 등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해 보험료 부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약품비 지출 적정화 및 부적정 의료이용 방지 등 지출효율화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강화한다.

통합컨트롤타워 내용은 빠져…尹, 공식화했기에 지켜봐야

제약업계가 그간 숙원사업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통합컨트롤타워에 대한 내용은 이번 국정 과제에 담기지 않았지만, 지난달 말 인수위를 통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을 공식화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간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연구·개발과 임상 절차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K바이오를 반도체 뒤를 잇는 미래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는 바이오 대전환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R&D 혁신 기술의 선제적 조치를 피력하며 K바이오 한류시대 개막을 목표로 한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제약바이오업계에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설치 ▲글로벌 허브 구축 위한 국가 R&D지원 ▲제약바이오산업 핵심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 등의 공약을 통해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110대 국정과제에는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인수위가 공표한 바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업계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인수위 간의 긴밀한 의견 나눔이 있었을뿐더러 국정과제 발표 전 인수위가 직접적 혁신위원회 신설을 언급했기에 관련 부분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며 "국정 전반에 대한 실행여부는 일단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효성 의문 및 지나친 규제 완화 우려…국민 건강 위협 지적도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된 바이오헬스산업 관련 내용이 현 정부가 추진해온 것과 큰 차이를 찾기 힘들는 평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당시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 공언했지만, 오히려 R&D(연구개발)지원을 대폭 축소시켰다. 실제 2019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제출 자료를 보면,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은 2018년 103건, 922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122건, 1142억원에 비해 20% 줄어든 수치다.

올해 예산도 비관적이다. 국내 R&D 예산 15조7000억원 중 바이오 비중은 11.4%로,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상향으로 꿈꿔온 미국(30%), 벨기에(40%)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지나친 산업적 잣대로 이행될 규제 완화로 어느 분야보다 까다로워야할 국민 보건 영역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성급한 규제 완화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국민 불안을 또 다시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연구 시간 축소와 허가 절차 간소화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국민 건강정보 빅데이터 활용 확대 방안이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가입 불이익’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표면적인 정책은 이상적이나 실제 생활에 적용할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이행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정부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보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만큼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서도 "과거 정부 역시 초기 국정과제와는 다소 상반된 양상으로 정책을 이행한 점이 있기에 이번 새정부는 업계를 위한 여러 고민과 실용적인 개선안들을 함께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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