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가 완판 아이템 부활에도 사용된다.

초기에는 미술품이나 예술품의 디지털 보증서 역할을 했던 NFT는 최근 명품 같은 주요 패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품절된 아이템의 다음 출시 제품 준비를 위한 자금 조달 용도 사례로도 나왔다.

6일 패션 및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방 브랜드인 데이빗앤헤넬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 코인플러그와 서류가방 P(WINE)를 다시 판매하기 위해 NFT 발행을 앞두고 있다. P를 NFT로 우선 발급한 후 가방 제작에 필요한 원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이른 바 ‘한동훈 가방’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공식 장소에 데이빗앤헤넬 제품을 들고 나오면서다. 한 후보자 덕분에 제품은 완판됐고,홈페이지 방문자수는 100배 이상 늘었다. 매출과 전화 문의량도 폭증했다. 현재 해당 브랜드 라인은 모두 품절된 상태다.

데이빗앤헤넬은 당장 생산을 늘려 매출을 키우고 싶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서다. 이에 우선 제품을 NFT로 발행 후, 제품이 생산되면 가방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나름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회사는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메타파이를 통해 NFT 발행을 추진 중이다. NFT 구매자는 나중에 해당 브랜드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 중 100개 한정판으로 발행키로 방향을 잡았다. 데이빗앤헤넬은 NFT로 품절 브랜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품절된 아이템을 NFT로 발행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빗앤헤넬이 사실상 첫 사례. 그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재고 관리와 수요 조사를 위해 NFT를 활용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또 일부 제품에 보증서 형태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품절된 제품을 NFT로 선판매, 자금을 조달하고 나중에 납품하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은 기업이 아닌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펀딩해 제작과 생산을 지원한다.

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와디즈 펀딩이 대표적이다. 사업 아이템이 있지만 자금이 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제품 제작에 필요한 목표 금액이 달성되면, 돈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일종의 사전 예약 방식으로, 제품 출시 전 판매 가능성과 목표 고객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재고 부담이 없고, 홍보와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

이같은 사전 예약권 혹은 가방 구매권을 NFT로 발행하면 디지털 상에 기록돼 위변조 위험이 없다. 고유한 권리가 인정되는 효과도 있다. 구매를 원하는 또 다른 소비자에게 권리를 판매할 길도 열린다. NFT에 부여된 권리가 매매 대상이 되는 셈이다.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형태가 아닌, 자금 조달 혹은 제품 결제에 쓰이는 유틸리티(Utility) 토큰과 가까워 규제 리스크도 적다는 평가다.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가상자산 정책안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은 현행 자본시장법의 규율 체계를 적용하는 반면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업권법으로 규제할 예정이다.

NFT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능에 따라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NFT를 게임아이템, NFT아트, 증권형 NFT, 결제수단용 NFT, 실무형 NFT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제적 기능으로는 지급수단, 투자수단 또는 자금조달 수단에 따라 유형화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적 이슈는 변수로 남아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윤석열 정부 검증 최대 격전 사안으로 데이빗앤헤넬과 코인플러그 모두 사업 추진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코인플러그 관계자는 "NFT를 발행하기 위해 데이빗앤헤넬 측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율 중 "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