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지정한 수수료율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는 수수료율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네이버·카카오페이와 카드사 간 ‘동일기능·동일규제’ 이슈로 인해 나온 정책이다. 네이버·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와 카드사는 똑같이 소비자에게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일기능을 가졌지만, 동일한 규제는 적용 받지 못한다고 카드업계서 주장하며 발생한 이슈다. 카드사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네이버·카카오페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따르니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윤 정부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실현을 통해 네이버·카카오페이의 점차 수수료를 낮추고 소비자 권리를 향상시킨다는 목적이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수위./ IT조선 DB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수위./ IT조선 DB
尹정부, 빅테크에 "간편결제 수수료율 공시하라"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가 간편결제 결제 수수료를 책정할 때 규제를 강화한다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한 빅테크의 공시와 주기적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중소상공인 대상 수수료율을 책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수수료가 나왔는지 공시하고, 금융위가 주기적으로 해당 수수료율이 적정한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래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네이버·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따르고 있어 서로 간의 수수료가 다르다. 카드사는 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중소 가맹점과 수수료율을 조율, 계속해서 수수료율을 인하해왔다. 가맹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의 경우 카드사는 0.5%에서 1.5%의 수수료를, 네이버·카카오페이는 0.9%에서 2.7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시행 가능한 사업 영역도 다르다. 카드업계는 여전법에 의해 카드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신 사업에서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카드사는 여전법에 따라 카드 관련 부수업무만 시행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네이버·카카오페이는 관련 규제가 없어 신규 서비스 출시가 빠르다.

차기 정부가 수수료 공시를 요구하는 데에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다. 3년마다 중소 가맹점과 협상해 수수료를 내리는 카드사와 달리, 그동안 네이버·카카오페이는 협상 과정이 없어 "높은 수수료 덕에 이득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으로 카드사와 네이버·카카오페이 간 동일기능·동일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카카오페이는 차기 정부의 발표에 대해 우선 구체적 사항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관계자는 "이미 올해 1월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했었고, 앞으로 추가로 인하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정부 출범 이후에 해당 내용에 대한 이행을 위해 금융당국이나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왼쪽)·카카오 사옥 전경. / 각 사
네이버(왼쪽)·카카오 사옥 전경. / 각 사
간편결제 수수료율 하락하면, 실적에도 영향

아직 구체적 방향이 없음에도 불구, 카카오페이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간편결제 수수료율 인하를 천명한 날인 지난 3일 10만8500원, 4일 10만6500원, 6일 9만9000원(오후 1시30분 기준)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간편결제 수수료율이 하락하면, 주가뿐 아니라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페이는 실제로 수수료율 인하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감소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21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페이는 "올해 1월 한 차례 수수료 인하 등으로 네이버페이 매출이 전분기 295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48억원으로 6.9%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빅테크 기업은 올해 1월에도 간편결제 수수료율을 인하한 바 있다. 영세 사업자 기준, 카카오페이는 결제 수수료율을 2%에서 1.70%로, 네이버페이는 1.1%에서 0.9%로 내렸다. 기존 카드사는 영세 사업자에게 0.25%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2일 카카오페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트래픽과 간편결제가 현재의 최대 수익 수단인데, 이밖에 다른 수익다각화 수단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카드사 입장은 난감하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원하는 동일기능·동일규제는 카드사 수수료율을 빅테크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이었다는 뜻"이라며 "이렇게 되면 양쪽 다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수수료 문제도 중요하긴 하지만, 카드사가 신 사업에 진출할 때 여전법에 따른 규제가 꽤 있는데 이를 완화해달라는 것"이라며 "카드사가 빅테크와 좀 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다"라고 답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