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까?

GPU 공급업체인 엔비디아와 그래픽카드 제조 및 유통사, 그리고 소비자 간 불신의 골이 깊다. 엔비디아와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2배, 3배 이상 치솟던 그래픽카드 가격이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4일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시리즈를 게이머들에게 완활히 공급하기 위해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내용에 따르면 "한동안 게이머들이 지포스 RTX 30 시리즈 GPU를 손에 넣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지만, 이번 엔비디아의 캠페인을 통해 지포스 RTX 시리즈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 공식 파트너사의 가격정보를 제공했다.

배포된 자료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 우선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에 대한 엔비디아 코리아 측의 입장은 이렇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았고, 충분히 판매할 제품이 공식 파트너사 기준으로 확보됐다. 이제는 가격이 정상화됐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가격을 직접 콘트롤 하지 않는다. 그들의 항변은 늘 그렇다.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칩을 제공하면 그들 선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그런 측면에서 엔비디아가 말하는 정상화 가격은 그들이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공급하는 칩 가격 수준에서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카드 제조·유통사의 상황은 어떨까.

한 그래픽카드 업체는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내세운다. 이전 가격 수준으로 이미 팔고 있다는 반응이 보편적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PC 시장 비수기가 따로 없다고는 하지만, 2분기 들어 PC 시장 수요는 감소세다. 지난 2년간 팬데믹 상황에서는 재택근무 등의 확산으로 비수기를 모르고 지나갔음이다. 시장의 논리로 보자면, 작금의 상황은 수요가 확연하게 줄었으니 공급이 여유로운 상황이 됐음은 짐작할 일이다.

더군다나,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의 원흉인 채굴 수요도 줄었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채굴 방식이 변화해 채굴을 위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래픽카드로 채굴하는 암호화폐가 존재하는 한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수요가 언제 또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차세대 40 시리즈를 기다리겠다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목격되지만, 그래픽카드 제조 유통사들은 아직은 40 시리즈 대기수요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엔비디아가 30 시리즈 칩 재고를 정리할 상황이 되면 그래픽카드 제조 유통사가 가격 인하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은 우려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PC 판매 증가와 채굴 수요로 그래픽카드 시장은 호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과도한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눈팅만 해야 했던 소비자들은 어땠을까.

엔비디아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지만, 그 기준이 여전히 그네들 입장이지 않겠는가 하는 불신을 해소하고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더 많은 베풂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윤정 뉴비즈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