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티빙과 웨이브, 시즌, 디즈니+, 애플TV+ 등 기존 사업자에 바바요와 파라마운트, HBO 등 신규 사업자가 잇따라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사업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고 구독자 유치에 나섰다.

넷플릭스 이미지 / 픽사베이
넷플릭스 이미지 / 픽사베이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월 3일 케이블TV 채널인 IHQ, IHQ드라마 등을 보유한 국내 미디어 그룹 IHQ가 OTT ‘바바요'를 출시했다. 바바요는 의료, 법률, 시사풍자 등 생활정보 등을 주제로 한 숏폼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제공한다. 현재는 무료 서비스지만 8월부터는 구독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여기에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으로 유명한 HBO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보다 볼거리가 풍성해 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사업자는 울상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OTT 리더격인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숫자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성장 정체에 부딪혔다. 토종 OTT 3사의 경우 합산 영업손실이 1568억원을 넘어섰다. 웨이브(-558억원)와 왓챠(-248억원)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각각 229%, 60% 늘었다. 티빙(-762억원)은 1년만에 적자폭이 12배 이상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투자 금액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OTT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고 사용자를 유혹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전편 정주행'이 가능하도록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의 전 회차를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최근에는 매주 ‘순차 공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 시청자가 결제한 달에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고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락인효과'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다. 디즈니+와 애플TV+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를 매주 순차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 중계로 새로운 구독층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애플TV+는 오는 6월부터 12주간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MLB)게임을 매주 두 경기씩 무료 중계한다. 애플TV+ 구독자가 아니어도 앱만 설치하면 누구나 매주 금요일(현지시간)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티빙은 세계 3대 이종 종합격투기로 꼽히는 종합격투기 대회 UFC를 생중계한다. 이는 세계 스포츠 팬을 겨냥해 기존에 해당 OTT를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추가도 눈에 띈다.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음악·웹툰·게임 등 즐길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왓챠는 웹툰과 음악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난 뒤 OST를 감상하고 원작이 되는 웹툰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해 즐길거리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서비스되는 콘텐츠 내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가해, 구독자가 즐길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협력을 통한 시너지 전략도 나온다. 파트너십을 통한 경쟁력 확보 시도다. 티빙은 글로벌 미디어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과 제휴하고 6월부터 CSI시리즈,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등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토종 OTT 통합이 글로벌 OTT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파편화된 국내 OTT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고 좀 더 효율적인 투자를 진행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J ENM과 KT 간의 OTT 통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3월 CJ ENM과 콘텐츠 부문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KT가 자사 OTT ‘시즌’과 티빙의 통합 가능성을 두고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토종 OTT는 생존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무조건 적자를 감수할 게 아니라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제휴와 협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는 당장의 투자로 금방 결실이 나오진 않는다"며 "이미 강력한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 간 협력이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