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26조 쌓아둔 삼성, M&A로 '6만전자' 탈출 나서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5.11 06:00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데도 ‘6만전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초 9만6800원을 기록하며 ‘10만전자’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2021년 말 ‘8만전자’에 이어, 올해 3월 29일(7만200원) 이후 6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10일 종가는 전일 대비 0.61% 하락한 6만5700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함께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부문 경쟁력에 대해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 추진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내부 모습 / 이광영기자
반도체·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부문, 모바일 부문, TV·가전 부문에서 당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굵직한 M&A 추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사의 움직임 대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2월 경쟁사 자일링스를 350억달러(42조원)에 인수했고, 미국 인텔도 2월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6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에 인텔의 낸드 사업을 10조원쯤에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마쳤다. 최근에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 ARM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조원을 들여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 ‘빅딜’이다. 투자를 망설이는 동안 매물로 나온 반도체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지속 상승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M&A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2017년 말(83조원)보다 40조원 이상 늘었다.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할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가 있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공언대로라면 2023년 내에는 대규모 M&A를 실행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독일 인피니언이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순수 파운드리 업체나 반도체 설계 상위 기업과 M&A를 추진하거나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에서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0년 5월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M&A를 염두에 둔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1월 CES 2022 간담회를 통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며 M&A 기대감을 높인 한종희 부회장은 4월 중 직속으로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TF장은 전사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이던 김재윤 부사장에게 맡겼다. TF 조직은 기획, 전략 등 각각 부서에서 차출된 10명쯤의 임직원으로 구성했다.

4월 말에는 DS부문 반도체혁신센터(SSIC)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출신 반도체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영입했다.

치사리는 2018년부터 BofA 메릴린치의 상무이사 겸 글로벌 반도체투자부문장을 맡았다.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100억달러), AMS의 오스람 인수(46억달러), 마벨의 아콴티아 및 아베라 인수 등 대형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M&A로 경쟁력을 키운 것과 대비해 지난 5~6년간 삼성의 행보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여부가 삼성전자의 대형 M&A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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