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저금리 시대가 끝물을 보임에 따라, IPO 등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 우려가 거세진다. 나스닥(NASDAQ)을 비롯한 기술주의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의 전환 흐름에 편승해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던 글로벌 전기차 신생 기업도 영향권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국내외 주식 시장 정보를 종합하면 10일 리비안 등 전기차 기업의 주가 등은 연준의 빅스텝 발표 이후 크게 하락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2021년 전기차 분야 투자에서 각광받았던 리비안, 루시드 등 전기차 스타트업도 포함됐다.

테슬라 전기차 생산공장 기가팩토리의 내부 생산라인 전경 / 테슬라
테슬라 전기차 생산공장 기가팩토리의 내부 생산라인 전경 / 테슬라
전기차 기업·스타트업은 아마존 등 빅테크(기술 혁신에 중점을 둔 대형 ICT사) 기업처럼 ‘고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실적 등으로 전환시켜 기업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연준의 빅스텝으로 대출이자·기업부담이 증가하면서, 미래가능성을 담보로 한 전기차 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매력이 하락하는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큰형님’ 격인 테슬라부터 연준 빅스텝 영향을 크게 받았다. 9일 장마감된 나스닥 기준으로, 5일간 12.79%의 주가하락을 맛봤다. 1주당 900달러(114만원)선이었던 주가가 780달러(100만원)까지 추락해, 5일만에 1000억달러(127조원)쯤 규모의 시총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리비안과 루시드 등 2021년 전기차 시장의 기린아로 주목받았던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전기픽업트럭과 SUV 등을 주요 경쟁력으로 삼았던 리비안은 연준 빅스텝 이슈에 시달린 이후 최근 5일간 주가가 27.61%나 하락했다.

특히 리비안은 2021년 11월 나스닥 데뷔 이후 한때 1주당 170달러이상을 기록했던 화려한 시절 이후 급속도로 주가가 하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현재 리비안의 주식은 1주당 22달러선으로 최고점 대비 8분의 1수준으로 수직 낙하했다. 연준 빅스텝 이후 주요 투자사인 미국 포드와 JP모건마저 리비안의 주가를 처분할 계획을 세우는 등 결정타까지 가해졌다.

리비안의 전기차 R1T 외관 모습 / 리비안
리비안의 전기차 R1T 외관 모습 / 리비안
대당 2억에 달하는 고가 럭셔리 전기차를 표방한 루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5일간 주가가 13.77%나 내려 앉았다. 이에 따라 시총도 40억달러(5조원)쯤 빠져나가는 등, 빅스텝으로 인한 투자심리 한파를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리비안과 루시드는 특히 현재 부품 가격 인플레 등 영향으로 전기차 생산성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투자 시장이 연준 빅스텝에 타격을 입으면서, IPO를 앞둔 전기차 기업의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에서도 SK쉴더스 등 IPO를 앞뒀던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빅스텝에 대응한 후속조치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주식 시장 진입 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성급한 IPO대신 1보 후퇴를 고심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연내 상장을 바라보는 폴스타 역시 빅스텝 여파로 평가가 엇갈리는 중이다. 폴스타는 특수목적인수회사(SPAC)인 ‘고레스 구겐하임 주식회사’와 합병으로 IPO를 노리고 있다. 업계는 폴스타 가치를 250억달러(32조원)쯤으로 평가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폴스타가 다른 전기차 기업처럼 투자심리 위축을 정통으로 맞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리비안이나 루시드와 달리 장기적인 매출과 실적 가능성이 있기에 막대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연준에서 추가로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나스닥을 비롯한 국내외 주식 시장의 투자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1분기 또는 상반기 실적에서 견고하고 안정적인 성적을 보여주는 기업은 보수적인 투자 심리의 지원사격을 받아 오히려 시장가치가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