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켓몬빵 열풍에 공감하지만 서글픈 이유

김형원 기자
입력 2022.05.16 07:37
계속되는 ‘포켓몬빵 대란'에 학부모들의 고통이 이어진다.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편의점 앱을 켜고 동분서주하는 것도 모자라, 몇 개 되지않는 빵을 차지하기 위해 매장에서 부모들이 한데모여 ‘가위바위보’ 배틀을 벌이기도 한다. 온라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터넷 쇼핑몰과 라이브커머스에서는 포켓몬빵이 뜨면 1분도 안돼 품절된다.

포켓몬빵을 만드는 SPC삼립은 포켓몬빵의 핵심인 ‘띠부띠부씰' 캐릭터 스티커가 품절사태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빵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스티커 생산량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띠부띠부씰 월 최대 생산수는 2000만장이다.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포켓몬빵에 들어가는 띠부띠부씰은 월 600만장쯤 만들어지고 있다. 포켓몬빵이 출시 첫달 700만개쯤 팔린 것을 고려하면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빵이 사회현상을 일으키자 컨셉을 따 만든 유사 제품이 속속 등장했지만 포켓몬빵 인기를 꺽지 못하는 모양새다. 편의점 CU는 게임 ‘쿠키런' 캐릭터 스티커를 넣은 빵으로 포켓몬빵 인기에 편승하려 했지만, 매장에서 포켓몬빵은 품절돼도 쿠키런빵은 항상 재고가 남는 모습을 보였다.

식품업계가 포켓몬 외 다른 캐릭터가 약발이 없다고 판단한 탓일까 이곳저곳에서 포켓몬스터를 앞세운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던킨은 포켓몬 도넛, 하림은 피카츄가 그려진 너겟과 핫도그 상품에 포켓몬 홀로그램 스티커를 동봉한 상품을, 롯데마트는 자사 스낵상품에 포켓몬 스티커를 넣어 팔고 있다.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왜 포켓몬은 되고 다른 캐릭터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일까. 캐릭터를 만드는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은 포켓몬스터가 ‘세대관통' 지식재산권(IP)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어린 시절 포켓몬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즐겼던 세대가 어른이 되면서 자녀와 함께 포켓몬 IP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켓몬스터는 인디게임 개발자 ‘타지리 사토시'가 창조한 게임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 시초다. 1996년 2월 휴대용게임기 닌텐도 게임보이용으로 출시돼 일본과 미국에서 3137만장이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같은해 11월 TV방영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은 대표 캐릭터 피카츄를 필두로 포켓몬을 전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주춧돌이 됐다.

포켓몬의 인기는 탄생 26주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만들었지만 어른도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세대관통 콘텐츠임을 확인하는 방법은 쉽다. 극장에 가보면 20~40대 성인층도 포켓몬 영화를 보러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포켓몬 최신 게임 판매량을 끌어 올리는 것도 이들 세대다.

아쉽지만, 포켓몬을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국에 없다. 40대를 열광시켰던 태권브이는 표절문제로 새로운 콘텐츠 탄생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아기공룡 둘리’는 콘텐츠 명맥을 유지하지 못한채 30~40대들의 기억 속에서만 자리잡았다.

2003년 등장한 ‘뽀로로'는 그나마 희망이 있다. 어린시절 뽀로로를 보던 꼬마들이 지금은 어엿한 성인층이 됐고,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명맥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 캐릭터인 ‘루피'는 최근 식품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포켓몬을 따라잡는 캐릭터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으로 발을 뻗고 있고,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웹툰 기반 콘텐츠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인기 캐릭터가 탄생될 여지는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이들 콘텐츠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포켓몬, 드래곤볼, 원피스,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같은 글로벌 캐릭터 콘텐츠는 결코 가질 수 없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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