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이 나쁜 상황을 만나면 사고가 난다. 습관이든 위험 요인이든 그래도 조심하면 사고가 나도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이게 ‘리스크 관리’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태도는 우리네 삶 뿐만 아니라 기업, 나아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웬만해선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 소 한마리 값이 외양간 고치는 돈보다 훨씬 비쌀텐데도 말이다. 마음이든 몸이든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는 게 아니고서야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아 차리기가 가장 힘들다. 우리가 비판과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특히 조직에서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유력 인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들은 웬만해서는 쓴 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아무리 맞는 지적이어도 권위와 위력을 가진 이에게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충언을 하기란 쉽지 않다.

작금의 루나 사태를 보면, 지금과 같은 붕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많은 위험 보고서가 나왔고,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테라 개발사인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에게 테라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을 보냈다.

루나는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를 가진 코인 생태계를 짰다. 테라의 가치를 지지할 내재가치가 없다. 예금이자가 대출이자보다 높은 기형적 구조는 자금이 ‘무한하게’ 유입된다는 조건이 성립돼야 가능하다.

경고를 대하는 권도형 대표의 반응은 기가 찰 정도다. 루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에게 ‘네 엄마(Your mom)’이라는 막말을 시전하는 가 하면, ‘네가 그래서 가난하다’며 조롱했다. 과연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 규모 6위 기업의 대표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뿐만 아니다. 루나 초기 투자자인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테라가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자 트위터를 통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테라 가격은 1달러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하기까지 했다.

권도형 대표와 김서준 대표 모두 가상자산 업계에선 탑급 인사다. 이들이 테라의 구조적인 결함을 과연 몰랐을까? 몰랐다면 테라 붕괴 리스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위험에 대한 지적을 무시했다. 업계에서 "자만이 지나쳤다"는 따끔한 충고가 나오는 이유다. 찬양만 가까이하는 이들은 가상자산 업계에 ‘벌거벗은 임금님’이 됐다.

만약 리스크를 알았다면, 이는 도의적 책임을 넘어서는 문제다.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일각에서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권도형 대표가 테라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위험을 알리고 고지했다면 어떨까? 시가총액이 조금 떨어지고 투자자가 떠나더라도 욕심을 줄였다면, 테라의 지옥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눈먼 돈이 테라의 가격을 펌핑시키기만 바랐던 것은 아닐까?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