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키오스크나 PC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3D로 표현해 사실적인 디지털 휴먼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준비된 건 저희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에프엑스기어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에프엑스기어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는 타사의 디지털 휴먼 구현 기술과 비교해 에프엑스기어만의 독자적인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에프엑스기어가 지난해 말 제21회 모바일기술대상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배경이다. 에프엑스기어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VFX(시각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달 정식으로 선을 보인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인 디지털 아이돌 서비스 'NARANG(나랑)'은 에프엑스기어의 기술력이 잘 나타난 서비스다. 나랑은 K팝 스타 아이돌을 디지털 휴먼으로 제작해 팬과 소통할 수 있다. 특히 나랑은 사용자 움직임과 음성을 인식해 시선과 동작을 맞추며 함께 상호작용한다. 팬들은 현실 모습 그대로 구현된 아이돌과 함께 스타일링, 셀프 촬영, SNS 공유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상을 함께하고 소통할 수 있다.


여기에 에프엑스기어는 WIS 2022에서 XR 포스터를 선보였다. XR 포스터는 에프엑스기어만의 독자적인 XR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마치 실제 포스터 공간 안에 배우들과 함께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두 기술에는 모두 에프엑스기어만의 독창적인 기술력이 녹아 있다. 3D 공간분석 및 재가공 없이 사용자가 인물 좌, 우, 전, 후로 자유롭게 배치해 원근감이 반영된 몰입감 높은 체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사용자 앞쪽으로 가상 캐릭터를 얹히는 방식으로 표현했던 기존 AR 기술과 다르다.

이 같은 독창성과 강점은 이용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다. 나랑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XR 포스터는 WIS 2022 당시 설치 과정에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마치 영화 포스터에 있는 장소에 방문한 듯 실감나는 체험에 사람들은 포스터에 있는 배우 옆에 눕는 등 적극적으로 체험을 즐겼다. 최 대표는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기 전인데 반응이 빨리 나온 편이다"라며 "XR 포스터를 아이돌 공연에 쓰고 싶다는 소속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프엑스기어는 시점 기반 광원효과와 라이트필드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사용해 사실적인 디지털 휴먼을 구현해냈다. 최초 캡처 단계에서 129개 카메라를 동원해 사람의 형체를 스캔하고 텍스처를 입혔다. 한 점의 색깔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므로 라이트 필드를 캡쳐해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과정을 거쳤다. 머리카락 한 가닥의 디테일과 피부의 질감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한 비결이 여기 있다.

최 대표는 "라이트필드 데이터만 해도 몇백 기가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압축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끔 인코딩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모바일에서 구현했다"며 "그 자체가 하나의 혁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화 특수효과의 디지털 대역이나 고사양 PC, 콘솔에서나 가능했던 사실적인 캐릭터가 실시간 인터랙티브가 가능한 모바일 콘텐츠로 서비스되는 사례는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나랑 앱 모습. / 에프엑스기어
나랑 앱 모습. / 에프엑스기어
에프엑스기어는 향후 실존 인물인 국내 가수뿐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는 가상 인간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처를 넓히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원격 의료 상담의 ‘디지털 닥터’다. 의사를 디지털 휴먼화해서 3D 공간에서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구현했다.

최광진 대표는 "디지털 닥터는 올해 안에 프로토타입이 나올 예정이다"라며 "다만 의료 데이터 수집·정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쇼핑, 교육 등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다양한 산업에 에프엑스기어의 디지털 휴먼 기술이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프엑스기어는 향후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디지털 휴먼이 증강·가상현실에 접목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내년 쯤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결국 메타버스의 핵심은 쌍방향 소통이다"라며 "실제 인간인지 가상의 디지털 휴먼인지 인지하지 못할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고 상용화 시키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