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雪上加霜). 실적부진에 코인쇼크까지 겹친 1분기 계임업계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다.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엔씨소프트만 유일하게 호실적을 거뒀으며 중견 게임사 중에는 ‘2K(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만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인건비 대폭 인상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영업이익 등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불어닥친 한국산 가상자산(암호화폐,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가치 폭락은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을 개발해오던 게임사의 성장동력을 흔들고 있어 실적 턴어라운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늘어난 인건비가 발목 잡았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게임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기존 게임 매출 감소나 신작 부재뿐 아니라 개발자 인재 영입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넥슨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383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인건비는 226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985억원보다 15.9% 늘었다.

넷마블은 당기순손실 5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6315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19억원에 달한다. 넷마블 측은 대형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의 매출액 하향 안정화를 실적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인건비 증가 등 영업비용 증가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건비는 1868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30.3% 늘어났다.

중견 게임사도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위메이드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131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인건비가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든 64억원으로 집계됐다.

펄어비스는 최근 중국에서 선보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914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0.4% 감소한 51억원이다. 영업비용 중 절반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전년 동기 363억원에서 436억원으로 50.6% 증가했다.

컴투스 역시 인건비에 발목을 잡히며 적자를 기록했다. 컴투스는 1분기 매출 1333억원, 영업손실 27억원, 당기순손실 44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비용 중 인건비 규모는 384억원으로 전체의 28.8%를 차지한다.

그나마 엔씨소프트와 중견 게임사 중 2K로 불리는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이 성장세를 보여 체면치레를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출시한 ‘리니지W’의 성공으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03억원, 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2%, 330.4% 늘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해 출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꾸준한 인기와 대만 진출 성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70% 늘었다.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PUBG) 지식재산권(IP)이 견조한 성장을 보이면서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을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지난해부터 우수 개발자 유치를 위해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며 "이에 따른 고정비 상승이 회사 실적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루나 사태, 실적 전망에 먹구름으로

최근 불어닥친 한국산 코인 ‘루나’ 폭락 사태는 게임업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등 다수의 게임사가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킨 가운데 가상화폐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서다. 투자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컴투스그룹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C2X는 루나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 ‘테라’ 메인넷을 활용해왔다. 투자자들이 강한 우려를 표출한 이유다. 앞서 C2X 측은 루나·테라 사태가 확산하자 "다른 메인넷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여기에 일부 게임사는 신작을 선보이고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는 한편 연내 반등을 꾀한다는 목표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12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업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붉은사막의 10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 역시 이날 "2분기부터는 ‘제2의 나라(글로벌)’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작을 출시한다"며 "매출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