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영역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당초 유럽 바이오시밀러의 절반을 장악할 만큼 국내 바이오사들의 강세는 여전하지만, 글로벌 경쟁사들과 거리를 더욱 벌리기 위한 ‘초격차’ 전략에 나선 분위기다.

(왼쪽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본사 전경 / 각사 제공
(왼쪽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본사 전경 / 각사 제공
관련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기존 강세를 보이던 바이오시밀러 영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과 더불어 의약품 유통 정상화로 전문의약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흐름을 반영해 바이오시밀러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시밀러란 생물학적인 과정이 발생한 살아있는 세포 내 천연 생물학적 기질을 모방한 의약품을 일컫는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저렴한 비용을 형성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한다. 또 바이오시밀러 출현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상한가 역시 20~30% 가량 하락하기 때문에 약가 절감에 영향을 준다.

우선 셀트리온은 항암제 아비스틴의 바이오시밀러인 ‘CT-P16(성분명 베바시주맙)’에 대한 연내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국내에 이어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에 CT-P16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CT-P16은 트룩시마와 허쥬마를 잇는 셀트리온의 세번째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CT-P16의 유럽 출시를 통해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전망이다.

이밖에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등의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에 맞춰 순차적인 상업화를 진행할 전략이다.

셀트리온제약은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등 기존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마케팅뿐 아니라 품목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국내 식약처 품목허가를 완료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도네리온패취’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럽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해 오던 바이오시밀러를 직접판매(직판)로 전환시켰다. 올 하반기부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직접 유럽에서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허쥬마’ 등을 판매한다. 회사는 직판 전환으로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 수익성이 개선되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외 판매 파트너인 바이오젠과 오가논을 통해 올해 1분기에만 바이오시밀러 5종 제품을 2억9230만달러(3544억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 항암제 2종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경우 엔브렐·휴미라·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이고, 항암제 2종은 허셉틴·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다.

이밖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황반변성 등의 안과질환 치료제인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SB11’을 미국 시장에 출시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할 계획이다. SB11은 최근 국내에서도 허가를 획득하면서 황반변성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임상3상을 오는 11월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글로벌 3상을 개시했고, 11월에는 임상 참여환자 605명 모집을 완료했다.

글로벌 상업화 준비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 동아에스티와 메이지세이카파마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제약사 인타스와 DMB-3115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인타스에 국내와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 허가와 판매 권리를 양도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스텔라라 물질특허 만료 시기는 미국 2023년 9월, 유럽 2024년 7월이다. DMB-3115 상업화는 이 시기에 맞춰 시작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PBP1502’에 대한 임상1상 단계를 밟고 있다. 휴미라는 21조원 규모의 글로벌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8년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를 출시한 바 있으며, 셀트리온은 지난해 ‘유플라이마’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임상3상을 진행, 2024년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내 바이오시밀러 전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빅파마들의 견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북미 외 지역 판권을 보유한 화이자는 호주 연방법원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4’가 세포 배양 방법 등 제조 공정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로 인한 손해 배상 및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경우 암젠이 2019년 SB4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패소, 2029년까지 미국 판매가 불가능해 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량이 급속히 떨어질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면서도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가진 초대형 제약사들의 시장방어 움직임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효과적 대응과 전략적인 파이프라인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